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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거지소굴 국가 출신 이민이 필요한 이유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미국은 졸지에 무식꾼의 나라가 되어버렸다. 며칠 전 트럼프는 이민 관계로 백악관에서 회의할 때 "왜 노르웨이 같은 나라에서 미국으로 이민 오지 않고, 하필 헤이티나 아프리카 같은 'shithole(거지소굴)' 국가에서 이민 오는 사람들을 미국이 받아들여야 하나?"라는 막말을 해서 미국민은 물론 전 세계가 경악해 일제히 반박에 나섰다. 특히 노르웨이에서의 반박은 미국의 후진성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노르웨이는 대학까지 무상 교육이고 건강보험도 전 국민 싱글 페이먼트 제도다. 그 외 사회복지는 미국에서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풍부하다. 그러면서도 일인당 국민소득은 미국보다 훨씬 높다. 그런데 왜 노르웨이에서 미국으로 이민 가나?"라고 했다.

필자는 언젠가 뉴욕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스웨덴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스웨덴 국가 공무원으로 직업은 이민 심사관이라고 했다. 대표적인 복지국가인 스웨덴 사람이라 흥미도 많았던 터에 필자는 스웨덴은 이미 널리 알려진 복지국가인데 왜 백인 우익 정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민이나 난민을 받느냐고 물어봤다. 그가 말하기를 "메기 효과(catfish effect)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미꾸라지를 양식장에서 키울 경우 주는 사료만 먹고 활동량이 적기 때문에 건강하지 않다. 메기가 미꾸라지를 잡아먹으려고 하므로, 도망 다니는 활동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양어장의 양식 미꾸라지는 그 싱싱함을 유지할 수 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복지국가에서 자살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적이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복지 매너리즘 때문이었다. 삶에 도전할 의욕이 약해진 것이다. 이민자들은 스웨덴에 올 때 모든 면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 심지어 말도 다시 배워야 한다. 그래서 어느 이민자나 굳은 각오로 치열한 삶을 산다. 그 이민자의 자녀는 처절하게 노력하는 부모를 보고 자란다. 그래서 그들 자녀가 성년이 되면 일반 스웨덴 가정 출신의 젊은이보다 더 야망이 크고 직업 열정도 높다. 또 이민자 2세에게 지지 않으려고 스웨덴 사람들도 경쟁한다. 결과적으로 이민 2세는 스웨덴에 귀중한 인적자원을 형성하게 한다. 그래서 복지가 좋은 국가일수록 치열하게 삶에 도전하는 집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여러 국가에서 스웨덴으로 이민 오려고 하지만 스웨덴은 오히려 아프리카나 동남아 등의 이민자나 난민을 선호한다. 그들이 바로 메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귀중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지지 기반인 미국의 저 교육층이 두려워하는 것은 토박이 백인이 밀려나고 이민자가 다수 민족이 되어 미국의 일자리도 빼앗아가고 정체성도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이 무식한 이유는 이런 사고방식 때문이다. 전통이라는 긴 시간으로 뿌리내린 한 국가의 정체성은 이민자에 의해 바뀌지 않는다. 한국을 보라.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로 36년 동안이나 지배를 받았다. 그래서 한국의 정체성이 바뀌었는가? 한 국가가 다른 나라를 지배해도 바뀌지 않는 것이 바로 민족이고 국가의 정체성이다. 더구나 미국은 처음부터 이민자들의 역동적인 삶의 도전으로 이룩한 나라다. 이것이 미국의 정체성이다. 백인이라는 껍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부 국민의 지지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다는 것은 오히려 미국을 후퇴시키기 때문에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

트럼프가 거지소굴이라고 비하하는 남미 출신 이민자 딸인 소토마이어는 종신 직업으로 연방 대법관이 됐다. 제4차 산업혁명의 바탕인 스마트 폰을 개발한 스티브 잡스의 아버지 역시 거지소굴 국가나 다름없는 시리아에서 온 이민자다. 이들은 모두 이민 2세다. 이민 1세는 자신의 당대에 말 다르고 물 다른 외국에서 이름을 남길만한 성공을 거두기에 시간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들의 고단한 이민 생활의 결실은 2.3세에서 거두어진다. 그래서 트럼프가 미국의 국익에 도움 되는 사람만 이민 허가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무식한 말이다. 트럼프의 이러한 막말은 오히려 미국에 도움 주는 이민자를 가로막고 있어 미국의 퇴보를 더욱 가속시킬 뿐이다.


전현수 /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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