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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버지니아 울프와 Me Too

왜 천재들은 단명하는가? 사고든 자살이든 그들의 삶은 불완전 연소로 끝난다. 짧지만 뜨겁게 살다가는 순수한 영혼들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빵만으로 살 수 없는, 먹을수록 더 허기지는 지식에 목말라하는, 생각의 바닥조차 가늠이 안 될 정도로 성숙된 정신세계를 가진 지성인으로 살다갔다. 그녀는 성폭행의 희생양으로 정신분열증을 앓고 그 당시 전형적인 여성상인 '집안의 천사'에서 여자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자유를 주장한다. 정식교육을 받지 못한 채 독학으로 당대 최고 지성인들의 모임을 만들어 문학과 예술의 첨단 조류들 가운데서 활기찬 삶을 살다간 당찬 여성이다.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녀는 문학사에 한 전설이 되었고 나는 그녀의 그 자신감에 매료됐다.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 '댈러웨이 부인'을 읽었다. 우연하게도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me too'와 같은 흐름이어서 놀랐다. 한창 문학소녀였을 때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라는 시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를 읽고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가 무척이나 궁금했었는데 이제야 그녀의 생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됐다. 그녀는 두 명의 의붓오빠로부터 계속 성추행을 당한 후 불안증과 신경쇠약을 겪는다. 그녀는 13세 때 어머니를 잃고 정신분열증을 앓게 된다. 대가족을 거느리고 봉사와 희생정신으로 비좁은 집에서, 가족의 대소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그 당시 빅토리아 시대의 전형적인 여성상이었다. 그 당시 남자들은 당연히 학교에 가지만 여자들은 집에서 가정교육을 받고 어머니의 삶을 되풀이 하는 점에 불만을 가졌다. 다행히 그 당시 학자였던 아버지의 서재에 드나들며 독학을 하게 된다.

그 후 그녀는 케임브리지 대학에 다니는 오빠 토비 친구들과 '블룸즈버리 그룹'을 만들어 그 시대 최고의 지성인들과의 교류가 이루어지고 후에 남편이 된 리처드 울프를 만나게 된다. 리처드는 그녀에게 청혼하지만 남성혐오감에 시달리던 그녀는 계속 거절하다가 8년 만에 조건부 결혼을 승낙한다. 첫째는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고 그녀가 창작생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고, 둘째는 성관계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리처드의 진실한 사랑으로 그들의 결혼생활은 위태롭게 유지되지만, 그녀는 1941년 59세의 나이로 자살한다. 사후 남편을 보호하기 위해 유서를 남긴 채 강가를 응시하면서 모피 속 호주머니에 자갈을 가득 넣고 물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렇게 그녀는 사라졌지만 생전에 T S 엘리엇의 황무지를 출판해 주었고 시인 브라우닝, 에이츠, 프로이드, 케인즈, 러셀, 헉슬리 등과 교류하며 지냈다. 문학사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제임스 조이스와 함께 '의식의 흐름'이라는 장르를 탄생시키고 완성한 작가이며 모더니즘 소설의 선구자다. 그리고 왜 여성은 작가가 되기가 힘이 드는가를 역사적, 사회적 관점에서 파헤친 '자기만의 방'은 오늘 날에도 페미니즘의 시조라 불린다. 결국 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정신적 자유 없이는 여성이 집안일에서 헤어날 수 없음을 주장한다. 성폭행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현재진행형이고 지금까지는 피해자나 가해자 역시 무의식의 세계로 밀어 넣고 봉인해왔다. 가해자들은 남성본능이니 충동이니 일시적인 판단 마비로 둘러 대지만 피해자는 평생 괴롭고 수치스러운 생을 살아내야만 했다. 피해자가 당신의 자식이나 아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가해자는 도덕심과 분별력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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