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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교차로] 생의 못 자국을 보라

이기희 윈드화랑 대표.작가

육두문자는(肉頭文字)는 상스럽거나 음탕한 말을 젊잖게 하는 말이다. 육두는 고기의 머리라는 말인데 남성 성기의 은유적 표현이다. 세상에 젊잖은 음담패설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욕지거리도 골라서 해야 망신을 덜 당한다. 미국에 오래 살아 필요한 말은 대강 하는데 화가 무지 났을 때는 알던 영어도 생각 안 나고 특히 욕하고 싶을 땐 말문이 막힌다. 그렇다고 체면상 F자 달린 욕은 못하고 혼자 씨부렁거리는 말이 'Screw You'다. 사전상 번역은 '너를 망쳐라'인데 이래서 번역이 반역이 되는 어려움을 겪는다. F자 욕 보다는 머리 뜯길 확률이 적은데 "네 까짓 것, 엿 먹어라, 너나 잘 하세요, 놀고 있네' 정도로 이해 하면 된다. 그래도 욕 안하고 참고 견디는 게 총 안 맞고 잘 사는 길이다.

못은 목제의 접합이나 고정에 쓰인다. 못은 보통못 나사못 마감못 석공못 납작못 무두못 등 종류가 다양한데 많이 사용되는 못은 보통못과 나사못(Screw)이다. 나사못은 금속 부품 고정과 조립작업에 사용하는 나사산이 있는 못이다. 나사의 넓은 끝부분인 머리(Head), 적합한 나사 돌리게 날 끝을 끼울 수 있도록 머리에 새겨진 눈금(Slot)과 나사를 회전시켜 물체에 박을 수 있게 하는 나선형 돌출부인 나사산(Thread)이 있다. 나사못은 보통못 보다 균열을 막아주고 잘 뽑히지 않는 이점이 있다. 화랑에서 대작을 걸 때는 어떤 못을 사용할 지 잘 판단을 해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미국 건물 내부가 콘크리트 벽체가 아니고 석축 벽이나 석고보드 벽 등 건식벽체인 드라이월(Dry wall)을 사용하기 때문에 무게를 따져 못을 골라야 한다. 작은 못 하나의 선택이 명작을 폐품으로 만들 수도 있다.

못에 대한 내 기억은 아주 특별하다. 학교 다닐 때 독일 대사관에서 주관하는 전시회 도우미를 한 적이 있는데 바닥에 떨어진 작은 못을 줍던 독일 대사 부인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그림 거는 것 돕고 액자 닦고 바닥 살피고 안내 담당 하는 건 도우미 몫인데 "작은 못이라도 꼭 쓸 데가 있을 지 몰라요. 이 못 땜에 누가 다칠지도 모르고…"라며 부인은 주운 못을 내 손에 쥐어줬다.

세월이 가도 충격은 작은 동작으로 마음에 점을 찍는다. 화랑 전시회 준비하면서 작은 나사못 하나도 버리지 않고 종류별로 플라스틱 봉지에 담는다. 꼭 필요할 때 사이즈가 잘 맞는 나사못이 없으면 낭패를 당한다. 얼렁뚱땅 대처가 불가능하다.



세상에는 대체불가능 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필요 없거나 있으나마나 한 사람도 있다. 나사못처럼 단단하게 맺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땅바닥에 뒹구는 못처럼 아무짝도 쓸모 없는 사람이 있다. 나사못은 단단하게 조이고 적당하게 끼워야 꼭지가 안 돈다. 느슨하면 풀어져 망가지고 너무 조이면 풀기 힘들다.

아무리 멋진 완제품도 나사가 하나 빠져 버리면 삐걱거리고 불량품이 된다. 나사가 빠진 사람, 나사가 풀린 사람, 나사가 너무 조인 사람 아닌 작고 볼품 없어 보이지만 적당한 곳에 적합한 모습으로, 그 사람이 빠지면 흔들리고, 그 사람으로 인해 연결고리가 되는 나사못이 되면 까칠한 멘붕시대를 따습고 빛나게 한다.

모든 사람은 못을 박으며 산다. 그대 손바닥에 난 못 자국을 보라. 못을 박고 박은 못을 빼면서 산다. 못은 흉터를 남긴다. 흉터는 감출 수 있지만 원상태로 복구 되지 않는다. 생의 굴곡진 상처를 지울 수 없다 해도 그대 힘든 삶에 작은 나사못 되어 모난 사랑 바칠 수 있다면 상처 난 내 삶에도 새 살 돋는 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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