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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일의 세상 보기] 韓美기념주화에도 모신 '젊은 지도자'

이젠 독재자·인권 시비도 금지 대상?
잔뜩 치켜세워놓고 아니면 어찌하나

김칫국부터 마시는 어리석음 경계를
헬싱키 회담 같은 난맥 더는 없어야

러시아가 우리 선거에 개입했고 우리 민주주의를 훼손하려고 하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

"헬싱키 회견은 가장 수치스러운 미국 대통령의 행동으로 기억될 것. 비극적 실수다." -존 매케인(공화) 상원 군사위원장.

"미국보다 러시아의 이익을 우선시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러시아가 그에 대해 개인적으로, 재정적으로, 정치적으로 뭔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러시아가 2016년 대선에 개입했다는 우리의 평가는 분명하다. 러시아는 지속해서 우리의 민주주의에 침투하려고 하고 있다."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헬싱키 기자회견은 '중범죄와 비행' 문턱을 넘어섰다. 반역적인 것과 다름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리석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푸틴 호주머니' 속에 있었다."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미합중국의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취임 선서를 버렸다." -NYT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

"여러분들은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가장 수치스러운 행동 가운데 하나를 지켜보셨다" -CNN 앵커 앤더슨 쿠퍼(현지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잘못된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우리의 가장 큰 적, 상대국, 경쟁자에게 최소한의 가벼운 비판조차 하지 못했다." -폭스 뉴스 진행자 네일 카부토.

"푸틴 대통령이 헬싱키에서 군림했다." -보수성향 인터넷매체 '드러지 리포트'.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헬싱키 미소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비판은 말 그대로 열화 같습니다. 대통령을 뒷받침할 공화당이나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였던 폭스뉴스 등도 예외가 아닙니다. 정파를 가리지 않고 비난 폭탄을 퍼붓고 있습니다.

낸시 펠로시 의원의 호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가 시절인 2013년 모스크바 방문했을 당시의 성관계 영상을 러시아 당국이 갖고 있다는 이른바 '트럼프 X파일' 의혹을 비꼰 것입니다.

'푸틴 감싸기'가 거센 역풍을 불러온 것입니다. 미 법무부가 CIA와 FBI 등 미 정보기관의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통령 출국 직전인 7월13일,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 12명을 민주당 시스템 해킹 혐의로 기소했는데 대통령이 자기 정부의 공식 활동을 부정했으니 난리가 날 것은 당연하지요. 자신이 러시아와 대선개입을 공모했다는 혐의까지 받는 상황이므로 난감했겠지만 국가 최고지도자로서의 취할 바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러시아 대선 개입 수사를 "양국에겐 재앙과 같다, 마녀사냥"이라는 말로 자신이 수장인 정부 조직을 헐뜯었습니다. 상대에게 최소한 유감을 표현하거나,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시늉은 고사하고 "푸틴이 매우 강하고 강력하게 러시아의 대선개입을 부인했다. 러시아가 굳이 그럴 이유 (대선에 개입할)도 모르겠다"고 했으니 공화당 내부마저 발칵 했던 겁니다. 적성국 대통령과 유례 드물게 배석자 없는 단독 정상회담을 한 배경에도 다시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거기에 푸틴 대통령 발언도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가 선거에 이기길 바랐나? 관리들에게 이길 수 있도록 도우라고 지시한 적이 있나?'는 기자의 질문에 '그랬다'고 답변했습니다. 통역의 착오라는 설명도 있지만 스파이 두목 출신다운 '플레이'가 틀림없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시각입니다.

이러다간 탄핵이 본격화될지 모른다는 관측도 제기되는 중입니다. 경제상황이 좋은 편이라 중간선거 승리가 예상돼 다소 위안이 된다지만 로버트 뮬러 특검의 칼끝이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어 '만일의 상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겁니다. 푸틴에게 약점 잡혀 러시아나 두둔하려 든다는 여론이 힘을 받을 소지는 다분합니다. 러시아와 대립중인 NATO우방국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모습도 간단히 넘길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사태가 이쯤 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을 뒤집었습니다. 미국 정보 당국을 신뢰하며 대선에 러시아의 개입이 있었다는 정보 당국의 조사 결과를 받아들인다고-. 그러나 공화당 핵심들의 공개 성토가 줄을 잇고, 야당은 대통령이 러시아에 약점 잡힌 것 아니냐며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어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합니다.

양대 핵 강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은 이렇듯 '러시아 스캔들'로 끝났습니다. 주요 의제였던 북한 핵과 관련해서는 큰 이견이 없던 것으로 짐작될 정도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뒤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의견 일치했다. 북한 안전보장 제공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뭔가 미덥지 않은, 서두르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때문에 한국인들 속은 편치 못합니다. 백악관 공식 기념품점의 북.미 정상회담 기념주화 제작 관련 발표는 사소한 듯 보이지만 아주 꺼림칙한 흔적입니다. 비록 백악관 당국은 아닐지라도 이런 작업을 고위층의 재가 없이 진행했을 리 없다는 확신에서입니다. 이날 공개된 것은 첫 번째 기념주화의 최종디자인과 두 번째 주화의 디자인 내용 소개였는데 첫 번째 기념주화의 앞면에는 성조기와 인공기를 배경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마주보는 얼굴이 양각돼 있고 '평화회담'이라는 문구가 한글과 영문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뒷면에는 백악관 전경 및 날아가는 비둘기와 함께 '역사적인(historic)' '새로운 시대(new era)' '새로운 세대(new generation)' '새로운 리더십(new leadership)' '새로운 희망(new hope)'이라는 문구가 한글과 영문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주화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세 사람의 모습을 담는다고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을 훌륭한 지도자라고 평가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그대로 옮긴 듯합니다.

한국도 때맞춰 작품을 내놓았습니다. 조폐공사가 4.27 남북정상회담 기념 '한반도 평화기념메달'을 제작, 선착순 판매한답니다. 메달 앞면에는 회담장인 '평화의 집' 2층에 서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을 담았고요. 3000장 한정된 금메달은 119만원, 3만장 한정 은메달은 8만9000원, 5만장 한정 황동메달은 3만2000원인데 이런저런 이유로 구입경쟁이 치열하다고 합니다.

글쎄 주화에 쓰인 문안대로 평화와 희망이 다가온다면 빚을 내서라도 구입함직 합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주화에 새겨진 것처럼 환한 미소를 띤, 인자한 젊은 지도자로서 약속을 지킨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만 시간이나 질질 끌면서 딴소리를 하면 그 땐 어찌해야 하는지 걱정이 앞섭니다. 북한이 지난 9개월 동안 핵.미사일 실험을 않은 것을 진전이라고 내세우면서 이런 요란을 떠니 더욱 그러합니다.

미국의 인권외교 정책 향방 같은 고상한 얘기는 젖혀 두더라도 권좌를 세습한 독재자를 모른 체 간직해야 하는지, 계속 잘 모셔야 하는지 어지럽기만 합니다. 김칫국부터 마시는 게 아니기를 바라야겠지요.


김현일 /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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