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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서울 구경

안성남 / 수필가
안성남 / 수필가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8/09/11 미주판 13면 기사입력 2018/09/10 16:06

"사람이 이렇게 거대한 건축물을 세울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 로마 경기장로 끌려 온 흑인 노예가 그 큰 콜로세움 경기장을 보며 말한다. 검투사 노예 신세로 끌려와 내일 죽을 수도 있는 처지는 잊고 처음 보는 도시의 웅대함을 감탄하고 있다. 영화 속의 한 장면이지만 실제로도 사람들은 그런 감탄을 위하여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자기가 경험하지 못한 별다른 볼거리를 찾아 나선다. 어떻게 쌓아 올렸을까 놀라게 하는 거대한 탑, 눈을 의심하게 하는 정교한 예술품, 만든 사람들의 솜씨에 경이로움을 감출 수 없는 신비의 신전 등 찾아 나서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에서 손님들이 왔다. 미국 여행이 처음이고 당연히 뉴욕 구경도 처음이다. 호기심이 가득한 시선을 데리고 다니며 맨해튼 거리를 헤매었다. 이름만 들어 왔고 사진으로만 보던 여러 가지를 만나며 신기해 하며 인증 사진 찍기에 바쁘다. 세계 여러 나라에 높은 건물도 많고 잘 꾸며진 도시도 많이 생겼고 유서 깊은 장소도 많지만 뉴욕을 구경한다는 것은 여전히 상당히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다. 커다란 맨해튼 섬을 꽉 채우고 있는 빌딩 만으로도 대단한 도시의 위용을 만나볼 수 있다. 아마도 돌아가면 뉴욕을 보고 왔다고 한참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름 휴가철이나 한가한 시기에 한국을 다녀 오겠다고 한동안 보이지 않는 분들이 꽤 있다. 대개는 서울을 당연히 방문하고 온다. 서울 구경하고 온 얘기가 이번에는 뉴욕에서 한참을 이어진다. 한국을 떠난 것이 오래된 일이라 말하는 사람일수록 달라진 한국의 모습이 서울의 풍경이 놀랍다고 전한다. 그리고 그 풍경 속에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언어가, 몸가짐이, 취향이, 입맛이 그리고 세상을 향한 시선이 이만큼 달라진 것에 여러 가지 일화를 곁들여 이상한 이야기로 풀어놓는다. 기대를 품고 내디디었던 발걸음의 허전함을 화려한 그림으로 채우고 돌아와 타향인지 고향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전화기만 들여다 본다.

조선시대 백성들에게 대단한 경험이었던 한양 구경은 평생을 풀어내어도 모자람이 없는 이야기 거리였다. 그런데 한양 다녀온 그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보고 듣고 돌아왔을까.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한양처럼 어쩌면 지금 서울 구경 가는 사람들도 실체를 알 수 없는 서울을 그저 눈으로만 구경하고 왔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뉴욕을 향해 달려 온 사람들도 진짜 얼굴은 알 수 없는 뉴욕을 구경한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로마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달려가서 없는 로마를 구경한다. 머리 속에 그려지던 겉 모습의 확인으로 서울 구경은 이루어졌을까.

서울의 음성을 듣고 왔는지, 마음은 읽고 왔는지, 어떤 숨소리를 깨닫고 왔는지 문득 서울 구경꾼이 되어 또는 뉴욕이나 로마 구경꾼이 되어 그 위에 하늘을 조심스레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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