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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중국의 '사회 신용 제도'

인간 행위를 다스리는 규범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그래야 한다, 해야 한다 (Sollen)'는 윤리 도덕이고, 둘째는 '그러면 안 된다, 하면 안 된다(must not)'는 법과 규칙이다. 이 둘이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안전을 지탱하는 기본 틀이다.

'효도를 해야 한다'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는 윤리 도덕은 비록 그것을 안 해도 징계나 처벌을 받지 않는다. 한편 '살인하면 안 된다' '사기 치면 안 된다'는 법과 규칙은 그것을 어기면 처벌을 받는다. 하나는 인간 양심에의 호소, 다른 하나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 두 가지 모두 '선(善)한 사회'를 위한 '선한 인간'을 만들기 위한 방책이다.

그런데 오늘 날 같이 사회가 복잡다단하고 다층화된 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윤리 도덕은 별 호소력을 못 갖는다. 그리고 법(칙)은 자질구레한 위법을 모두 잡아내기에는 한계가 있고 특히나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병폐가 있다.

그러면 우리의 이상인 '선(善)한 사회'를 위한 '선한 인간'을 어떻게 육성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중국에선 '윤리 도덕'에 '법과 규칙'을 종합, 이 둘을 뛰어넘는 '제3의 방법'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일컬어 '사회 신용 제도(Social Credit System)' 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신용 제도(credit system)는 주로 금전적, 경제적 신용을 일컫는다. 그런데 '사회 신용 제도'는 이에 더해, 그 사람 일상 생활의 모든 행위를 데이터베이스에 올려 착한 행동을 하면 여러 가지 이득과 특혜를 주고, 나쁜 행동을 하면 각종 불이익과 규제를 받도록 상벌(賞罰) 제도를 명문화, 법제화 한 것이다.

일례를 들면 이렇다. 원저우(溫州)에 사는 라오(饒)씨는 지난 7월 아들이 합격한 베이징의 명문대로부터 합격 취소 통지를 받았다. 자신이 은행에 연체하고 있는 20만 위안이 취소 이유였다. 이 같이 블랙 리스트에 오른 사람은 대출, 구직 등에 제약을 받고, 항공기, 고속 철도 이용을 금지 당하고, 자녀의 사립 학교 진학을 막는 등 169가지 벌칙(罰則)으로 옭아맨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IT정보 시대에 개인의 모든 정보, 예컨데 쇼핑 스타일서부터 인터넷 댓글에 이르기까지 모든 파일을 취합, 저장, 분석, 이에 점수를 매겨 우수 점수(red list)와 불량 점수(black list)를 나누어 관리한다는 것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13억5000만 전 국민을 상대로 이를 2020년부터 전면적으로 시행한다는 목표인데, 현재 일반인 9억6000만 명, 기업 2531만 개가 이미 신용정보시스템에 수록되어 있다(인민일보)고 한다. (creditchina.gov.cn서 공개)

중국의 이 '사회 신용 제도'에 대해 보는 관점에 따라 정치, 사상, 경제적 측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비난, 성토가 거세다. '공산 체제 순응 길들이기'이니, '빅 브라더' 사회를 만든다느니, '오엘리언 디스토피아(조지 오웰의 '1984'에 묘사한 전체주의 사회)'를 만들고 있다느니, 심지어 NYT는 "누군가 감시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법규를 따르는 '파놉티콘(거대 감옥)' 사회다"라고 까지 혹평한다.

이에 맞서 중국 당국은 "사회 신용 우수자를 격려하고, 신용 불량자는 옥죄는 상벌 시스템으로 사회의 신의성실 의식과 신용 수준을 높이겠다"라고 반박한다.

나로서는 '선한 사회'를 위한 '선한 시민'을 만들기 위해 도덕과 법을 동시에 함께 아울러, 권선징악(勸善懲惡)을 한껏 고양(高揚)시키는 하나의 획기적인 제도로 높이 평가하고 싶다.

https://dmj36.blogspot.com


장동만 / 언론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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