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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가장 소중한 것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 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 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어둠이 세상 골고루 스며들면/ 불을 있는 대로 켜놓고/ 숟가락 부딪치며 저녁을 먹자

-이상국 시인의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분



며칠 전 한글날을 기념해서 한글글짓기대회가 있었다. 한인 밀집지역인 뉴저지 팰리세이즈파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60여 명의 학생들이 참석했다. 몇 가지 시제 중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쓴 학생들이 많았는데 그들에게 가장 소중한 건 가족이었다. 그런데 꽤 많은 아이들이 가정적으로 상처를 안고 있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이를 돌보지 못 해 오랫동안 한국의 할머니에게 보내지기도 했고, 아빠의 외도로 불화하는 가족의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유 없는 반항으로 엄마를 아프게 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명랑했다. 성공해서 부모에게 효도 하겠다는 각오를 했고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이라고 했다.



사춘기 아이들을 에일리언이라고 부른다. 외계인만큼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겠다. 사춘기에는 아이들이 반항적이다. 때론 절망감이나 불안감에 빠져 생을 비하하거나 자포자기에 이르기도 한다. 하물며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민자 가정의 아이들이 겪는 애환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큰 딸은 중학교 1학년을 마치고, 둘째 딸은 초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미국에 왔다. ESL클래스에 들어가 영어를 익혀야 했다. 한국에선 공부를 좀 한다는 축에 들던 두 아이는 날마다 자존심이 구겨지는 경험을 해야 했다.

나 역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속을 끓이고만 있을 때 지인의 소개로 내가 이선생님이라고 부르던 분을 소개 받았다.

그는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에게 미국과 미국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었다. 깊고 넓게 미국사회 이해하기, 어떻게 사고의 영역을 넓혀갈까를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며 열정적으로 아이들 편에 서서 아이들이 직면한 문제들과 마주했다.

그는 뭣보다도 밥상머리 교육을 강조 했다. 같이 저녁을 먹으며 하루의 삶을 나누는 소통 방식을 우선으로 꼽았다. 고통과 아픔을 함께 나누는 생의 동반자로서의 가족관계는 대화와 소통이 있을 때 가능하다는 그의 말에 나는 수긍했다.

이민자들의 삶이 점점 어려워진다. 경제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라 반 이민 정서로 난관이 많다. 그렇더라도 가족이 깍지를 끼고 가정이라는 성을 단단히 지키고 있으면 그 온기 밑에서 아이들은 잘 자란다. '가장 소중한 것'이라는 물음에 가족을 꼽는 아이들이 있는 한 우리의 가정은 희망적이다.


조성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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