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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교차로] 무지개가 떴다

"뺨을 맞거든 잘난 사람에게 맞아라. 싸움은 위를 보고 해라. 너 보다 못난 사람과 싸우지 마라. 배울게 없다." 무학이신 우리 어머니 개똥철학이다. 그래서 '위로 보고 걷자'가 가훈이 됐다. 땅만 보고 걸으면 멀리 못 본다. 헛디뎌 무릎 깨지더라도 멀리 보고 가는 사람이 멀리 간다. '곤궁이통(困窮而通), 궁하면 통한다'는 말은 궁한 처지에 이르면 헤쳐나갈 방법이 생긴다는 말이다. 한국 경제가 위험수위에 올랐다.

이철우 지사가 이끄는 경상북도 투자통상 확대 미주방문단 18명이 라스베이거스 국제 전자제품박람회 참석차 방미했다. 매년 삼성전자.LG전자.소니.파나소닉.필립스 등 2000개 이상의 업체가 최첨단 신제품을 출시하는데 전자업계의 경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전시회에 방문한 경상북도 지사와 수행단 일행은 '보릿자루 든 사람 기다릴 처지'가 못 되는 절박한 심정으로 대미통상무역 증진을 위해 고심했다. 평상복에 군밤 파는 아저씨 같은 정겨운 조끼, 댄디한 스타일의 쥐색 운동화 신은, 비 전통적(Non-Conventional)인 도지사의 모습은 중책으로 무거운 그의 발걸음 마저 참신하게 했다.

다음 일정으로 전자 통신 및 IT 산업의 메카인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현지 기업, 한인회 및 관계자, 경상북도 해외자문위원이 참석해 비즈니스 네트워킹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해외자문위원은 경상북도의 국제통상 증진을 돕고 버팀목이 되는 역활을 감당한다. 실리콘밸리는 컴퓨터 회로의 기본적인 반도체 물질인 실리콘(Silicon)과 산타클라라 인근 계곡(Valley)을 합쳐 만든 지명이다.

그리고 행사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실리콘밸리의 퀸카,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적인 여성CEO, 월스트리트 선정 '100대 유망기업' 회장, 비지니스계의 오스카 상인 스티브 어워드(Stevie Awards) 수상자, 글로벌 첨단회사의 최고경영자, 태권도 9단의 무술 고단자, 수퍼 원드우먼 김태연 회장의 12만평 대저택에서 나눈 내일을 위한 다짐과 고향의 정으로 나눈 석별의 만찬. 그녀의 의상은 화려하고 찬란하다. 속내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사치스러워 보인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김태연'이란 여자의 자긍심과 존재감으로 그녀는 자신을 판다. 그녀의 옷에 달린 수천개의 반짝이는 보석들은 그녀가 흘린 피눈물의 결정체다. 사랑도 눈물도 삶도 이슬도 절실하면 반짝인다. 함께 손 잡고 '나의 살던 고향은'을 부를 때는 안스러워 눈물이 찔끔 났다.



정월 초하룻날 계집애가 태어났다고 구박 받고 자라나, 도미 한 뒤 모텔 청소하며 그로서리에서 공짜 뼈 얻어 국 끓여먹고 세상과 싸우던, 차별과 가난에 피멍이 든, '작은 풀뿌리 하나도 내 이름 석자를 기억하게 하겠다'며 기염을 토하던 악발이 한국 여성은 이제 세계 속에 우뚝 서 자신에 찬 목소리로 "할 수 있다(Can Do)!"를 외친다.

셰익스피어는 "무지개에 다른 색을 첨가하는 일은 무의미하다"라고 했다. 그녀에게 더 이상의 색깔을 칠할 수 없다. 그녀는 사업을 해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돈을 벌어서 사람의 마음을 산다.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무지개를 만들며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돕는다. 무지개는 기상 현상 중 가장 아름다운 천상의 예술이다.

세상에! 정말로 무지개가 떴다. 도지사 일행을 위한 환영행사 밴드에 맞춰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순간, 산 정상의 김 회장 저택 뒤로 하늘 높이 영롱한 무지개가 떠 올랐다. 무지개는 꿈꾸는 사람에게 나타난다. 폭풍우가 지난 자리에도 하늘 가득 무지개는 뜬다. 성공과 좌절은 같은 단어다. 무지개의 환상에 도취돼 셀폰 카메라를 누르는 수행단 젊은이들의 청명한 눈빛 속에 희망의 무지개를 본다. 내일은 또 다른 시작이고 출발이다.


이기희 / 윈드화랑 대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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