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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개인의 꿈이 국가의 위상이다

나는 늘 고래의 꿈을 꾼다/ (...)누구나 그러하듯 내게도 오랜 꿈이 하나 있다/ 하얗게 물을 뿜어 올리는 화분 하나 등에 얹고/ 어린 고래로 돌아오는 꿈

-송찬호 시인의 ‘고래의 꿈’ 부분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그동안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해주는 뛰어난 사람들이 각 분야에 많이 있었다. 그러나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호명되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면서 한국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세계 속에서 위상이 높아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경제 지표나 소득수준을 나열하며 스스로 기를 펴보려던 것과는 달리 한국이 성취한 힘이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한국을 떠나온 지 오래된 사람일수록 떠나온 시점의 기억에 머물러 있기 마련이어서 그동안 변화하고 발전해온 문화의 진가를 알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이민자의 삶을 사느라 동동거리는 동안 한국의 문화 예술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성과를 이룬 것 같다. 이제 한국에서 으뜸이면 세계에서 으뜸이 된다는 기분 좋은 사실을 보게 되었다.

한국은 패션이 제일 앞서는 곳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할리우드에서 영화가 만들어지면 흥행 여부를 제일 먼저 간을 보는 곳도 한국이라고 한다. 좀체 넘어설 수 없겠다던 벽이 하나하나 깨어지는 광경을 볼 수 있는 이 시대에 내가 살고 있다는 게 참 벅차다.

몇 달 전 뉴저지 영화관에서 기생충을 봤다. 그때만 해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라는 건 알았지만, 아카데미상을 받게 되리라고는 짐작을 못 했다. 진즉에 봉준호라는 이름은 브랜드여서 그의 영화는 다 봤지 싶다. 그의 영화는 예술성과 상업성이 적당히 배분되어 있다고 말한다. 자본주의에 대한 블랙코미디이기도 하고 일상에서 늘 보게 되는 익숙한 것들을 아주 이질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서로 섞일 수 없는 아주 이질적인 것들을 한 화면에 섞어 놓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하기도 했다.

영화 기생충은 상류층과 하류층 두 가족의 만남으로 발생하는 가족드라마다. 반지하라는 주거형태의 독특함을 통해 하류층 삶의 팍팍함을 유니크하게 클로즈업시킨다. 상류층으로 대변되는 박 사장은 비교적 선의의 사람이지만 “왜 자꾸 선을 넘는 걸까”라는 대사로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만 계층이 다른 사람들과의 공존을 허락한다는 걸 암시한다.

기생충을 보고 극장을 나서면서 나는 영화 군데군데 배치된 은유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뭣보다도 냄새라는 상당히 일상적인, 각자 사는 공간만의 독특한, 도저히 피해 볼 수 없는 후각의 정직함을 동원했다는데 남다름이 있다고 여겨졌다.

냄새 자체가 빈부계층의 차이가 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냄새는 그 사람만의 채취여서 한 사람의 냄새야말로 그가 처한 환경이나 직업, 먹는 음식, 소비의 수준 등이 다양하게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무엇이다.

영화는 부자도 가난한 자도 모두 비극으로 끝난다. 가난한 자들이 가난의 벽을 넘어서려고 발버둥 치는 것이나 부자들이 그들의 우월감을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나 생존의 원리는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은유 아닌가 싶다.

봉준호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국가를 대표해서 시나리오를 쓰는 건 아니지만 한국에 첫 아카데미상을 안겨 줘 기쁘다”라고 했다. 한 개인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 국가의 위상이 달라진다. 꿈꾸는 개인이 많은 나라는 이미 ‘큰 나라’라는 생각을 해본다.


조성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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