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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그랬구나

지난 칼럼에서 말했던, 치매가 아니라 우울증이었던 엄마가 나오는 그 주말 드라마는,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종영을 했다. 예상대로 처음에 하나같이 외롭고 힘들었던 등장인물들이, 모두 짝을 맺었고 상황들은 좋아졌다. 마지막 회에서 아주 재미있는 것을 보았다. 너무 싸워 이혼했다 재결합을 한 젊은 의사 부부가 3년 후 아들 쌍둥이를 키우며 사는 중 나누는 한 대화 장면이었다.

일하며 쌍둥이 키우기가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 날 아침도 엊저녁 끓인 미역국을 아이들에게 먹인다고 남편이 불평한다. 그리고 낮에 기어이 아이들이 잘 있는지 유치원에 가보고 급히 병원으로 돌아오던 아빠는 접촉사고로 손을 다친다. 그러자 아내는, 너무 집착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며 화를 낸다. 남편은 이런 아내를 애들 걱정도 안 하는 매정한 엄마 취급을 한다. 중요한 것은 저녁 시간이다. 아이들을 재워놓고, 이 부부 지금 해? 이따 해? 지금 하지 뭐 하면서 손을 털고 어깨 준비운동까지 한다. 갑자기 두 손을 마주 잡더니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대화를 시작한다.

아내가 시작한다. 나 보고 매정하다고 했을 때 나 아까 진짜 기분 나빴어. 나도 그런 말에 상처받아. 남편이 말한다. 그랬구나. 내가 매정하다고 해서 상처받았구나. 미안하구나. 근데 나도 아까 엄청 서운했어. 애들 어린이집 보낸 지 일주일 밖에 안됐다. 내가 애들을 일 년 내내 끼고 살아서 나도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나를 이상한 아빠 취급을 하니까 서운하더라. 다시 아내. 그랬구나, 내가 이상한 아빠 취급을 해서 서운했구나. 내가 너 사고 난 것 보고 욱해서 좀 직설적으로 말이 나갔어. 하지만, 미역국도 그래. 내가 해 될 것을 먹이겠어? 나 계모 아냐. 근데 왜 나를 무성의한 엄마 취급을 하느냐고.

앗, 위기 상황, 이 장면에서 욱하는 남편, 내가 언제 너를 계모 취급을 했다고? 이때, 아내가 바로 남편의 주의를 환기한다. 그랬구나 라고 해야지. 그러자 남편, 그랬구나, 네가 계모 취급받는다고 느꼈구나. 그건 정말 미안하다. 아내, 그래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지만 너의 사과를 받아줄게. 남편, 내가 너무 집착해서 애들을 망친다는 말은 정말 서운해. 나도 그 말은 사과받고 싶구나. 아내, 그랬구나, 그럼 그 말도 미안해. 오케이 너의 사과를 받아줄게. 그리고 악수로 마무리하는데, 이 아내 남편의 다친 손을 아프도록 세게 쥐어 기어코 분풀이하지만, 이들의 대화법은 정말 훌륭했다.



이 대화법이 요즘 기적의 대화법이라고 불리는 “그랬구나” 대화법이다. 영어로는 Relfective Listening 이라고 한다. 상대방의 말을 흘려 듣지 않고, reflect, 즉 반영 혹은 반사하는 기분으로 상대의 말을 되풀이해서 말하는 것이 요점이다. “그랬구나” 하면서 상대의 감정을 공감하고 말을 경청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대화법은 특히 남편들에게 도움이 된다. 남자들은 대체로 여자보다 이야기를 흘려 듣는 경향이 있다 보니 아내가 심각하게 한 말들을 잊어버려, 아내를 더 화가 나게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둘이 조용히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꼭 손을 잡는 것이 좋다. 부부는 결국 한 팀이요 한 몸이라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날 속상하거나 불만이 있었던 점을 이야기할 때, 주어는 반드시 ‘나’이다. 당신 왜 그랬어가 아니라, 나는 이러 이러할 때 섭섭했어, 화가 나, 억울했어, 불안했어, 등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상대는 그 말을 듣고 그랬구나, 당신 마음이 그랬구나, 이러이러해서 당신이 힘들었구나 하면서, 상대방이 말한 내용을 기억하며 반복한다. 이렇게 상대의 마음을 이해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사과할 일은 사과를 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내 마음을 알아줘서 고마워, 당신의 사과를 받아줄게 하면서 계속 대화를 해나가다가, 악수나 포옹으로 끝을 맺는 것이다.

“그랬구나” 대화법은 부부뿐 아니라 자녀나 부모님과의 대화에도 적용할 수 있다. 물론 사춘기 자녀는 절대 부모가 손을 잡기를 허용하지 않겠지만. 그랬구나 하면서, 아이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들의 말을 경청했음을 보여줄 때, 아이들과의 관계는 급격히 좋아진다. “너는 도대채 왜”가 아니라, “나”를 주어로, 엄마는, 아빠는, 네가 이런 행동을 할 때 걱정이 돼, 화가 나, 등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경지에 이르려면 엄청난 자기 훈련을 감수해야 하지만,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우리 자녀와의 관계를 좋게 해주는 일인데 못할 것이 무언가.

부모님께도 해결책을 찾아드리기에 급급하지 말고, 그러셨군요, 그래서 힘드셨군요 하면서 마음을 안아드리자. 나에게 커플 상담은 틴에이져 상담 못지않게 힘들었다. 그런데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와 그랬구나 대화법 덕분에 커플 상담이 쉬워지고 있다.


김선주/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전 포트리고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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