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구월은 가장 아픈 달
흩어진 바람도 떨어져 나가는 시간을 아는지 썰물의 가닥을 잡고 달의 거리를 쫓는다. 사나운 파도의 근육들이 바다를 헤집어도 수평선의 직선은 조용하다,방향을 틀
어오는 썰물이 모레 밭의 판화들을 지우고 돌아 설 때야 품고 있던 자금거리는 조개
들을 토해 낸다. 장내는 시간의 추를 먹어치운다. 무기력함을 허락지 않는 밟히고 밟
은 흔적들의 질서가 살아 숨 쉬는 하늘과 물과 시간과 내가 서 있는 이 곳, 쓸리는 것
들이 포개져 무겁게 눌리는 긴장의 포구에 아직 정복되지 않은 땅을 향해가야 하는 밀
물이 밀려든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잡다한 부스러기들이 올라온다. 겨운 입씨름
불편한 눈짓 더위가 아니라도 더운 관계들 틈에서 습한 더위는 구름을 아직 벗겨 내진
못했지만 첫 숨을 타고 내린 구월이 그리는 그림은 여름이 지났다. 태우지 못하고 꺼져
버린 모깃불의 냇내가 미지근한 미련의 터를 돌아보게 한다. 그 냇내 속에 구월이 있다.
내 시간도 있다. 그래서 안으로 접혀진 것들을 꺼내게 한다. 헌 껍질을 벗겨내고 흠집을
지우느라 뜯겨진 거리의 거친 아스팔트도 내 신발 밑창을 잡는다. 일하는 팔뚝들이 태양
을 먹는다. 그림자를 지워간다. 묵은 찌꺼기를 정리하고 대비하는 구월의 장 삭아 내리지
못한 색을 집어 밑그림만 그리다가 자리를 비워가는 계절별 이름이 없는 달. 그 준비된 밑
그림위에 구월은 지워지고 시월은 아름다운 가을의 이름으로 채색된다. 그래서 구월은 년
중 가장 아픈 달, 짙은 속 그리움을 앓는 달이다. 이제 부대끼던 장내는 텅 비었다. 바람도
불기 전엔 역풍으로 돌진 않는다. 어둠에 빛이 들지 않곤 곡선과 직선을 구분 할 수 없듯,
어두운 것은 아픈 구월에서 지워내고 웃는 가을의 밝은 빛을 아름으로 안고 싶다.
손정아 / 시인·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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