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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TALK] 지나치게 유명하고, 중요한

김동민 /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음악감독
김동민 /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음악감독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12/28 레저 9면 기사입력 2019/12/27 18:16

어떤 기자의 표현대로 요요마는 지나치게 유명한 연주자이다. 한 명의 첼리스트로서 100여 장의 음반과 18번의 그래미상을 거머쥔 인물이니 최고 아티스트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스티브 잡스와 절친한 친구로 애플 제품의 광고 모델로 등장했고,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만과 함께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축하 연주를 가졌다. 그는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아버지와 성악을 공부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음악과 악기를 자연스럽게 접했다.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첼로를, 하버드 대학에서 철학 수업을 받으면서 내실 있는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다져갔다. 전통적인 클래식 음악은 물론, 그가 조직한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통해 동서양의 고전 음악을 잇는 연주 활동을 펼치며, 탱고 음악의 아버지 피아졸라의 작품을 음반으로 발매하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현악기를 제일 처음 배울 때 거쳐야 하는 기초적인 과정이 있다. 먼저 올바른 자세로 악기와 활을 잡는 법을 익힌다. 다음엔 활로 개방 현을 그으며 소리와 울림을 경험한다. 그러다 검지로 시작해 중지, 약지 그리고 새끼손가락까지 차근차근 운지법을 익힌다. 단순하고 기초적인 음정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짧은 곡들을 다양하게 익히면, 알려진 곡들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된다. 기초적인 운지법을 파악하는 데만 짧게는 수 주, 길게는 몇 개월이 필요하다.

그러나 요요마의 경우는 달랐다고 전해진다. 그의 아버지는 어린 요요마에게 악기를 들려주고 일련의 기초과정 없이 곧바로 바흐의 작품을 가르쳤다. 기본적인 운지법은커녕, 소리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아이에게 바흐라니… 무모하지만, 처음부터 ‘악기’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접하도록 한 것이다.

스페인 카탈루냐 출생의 첼리스트 파블로 카살스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하루에 6시간씩 첼로를 잡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바이올린·피아노·오르간·플루트를 섭렵했을 만큼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첼리스트로서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를 조직하여 지휘자로서도 활동을 넓혀갔다. 그러나 스페인 내전을 통해 들어선 독재정권에 맞서다가 결국 고국을 떠나 프랑스와 스위스, 그리고 미국에서 활동하다가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카살스의 가장 큰 업적은 바흐의 6개의 무반주 첼로 작품을 발굴하고 연구하여 세상에 소개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이 작품은 연주용이 아닌 연습용으로 여겨져 단편적으로만 사용되었지만, 10년이 넘는 그의 연구를 통해 지금은 가장 중요한 첼로 작품이 되었다. 전 세계 음대의 입시는 물론,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반드시 연주해야 한다. 무반주 첼로 모음곡과 더불어 바흐가 남긴 6개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도 비슷하다. 1720년에 완성된 이후 100년도 넘은 세월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이 곡은 브람스의 절친한 친구이자 당대 유명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요제프 요하힘이 이 작품을 찾아내 공들여 연주하기 시작했고, 비로소 그 진가가 드러났다.

요요마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연주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시간 반 동안 인터미션 없이 쉬지 않고 연주했다.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 역시 최근까지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작품 전곡을 연주하는 투어를 가졌다. 비슷한 여섯 곡을 암보로 연주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작곡가의 패턴과 포뮬러가 반복되면 자칫 뒤죽박죽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작품이 가진 위대한 예술성과는 별개로 무반주 독주곡의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세대를 지나며 연주자들은 진화한다. 해석도, 연주 기법도 발전하며 이런 장애물을 깨뜨린다. 음악의 근원은 어디일까. 어떻게 자라나며, 그 미래는 어디일까. 이는 음악가들에게 주어진 불변의 숙제다. 바흐가 남긴 무반주 독주 모음곡은 실마리를 제공한다. 지나치게 중요한 이 작품을 ‘성서’와 같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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