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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예수님께 드리는 마음으로

오래전 어느 목사님의 설교에서 ‘예수님께 드리고 싶은 설렁탕집’ 이야기를 들었다. 좋지 않은 재료를 받았던 날, 밤새 끓인 설렁탕을 다 버리고 재료가 좋지 않다고 하루 휴업했단다. 늘 까다롭게 고른 좋은 재료로 국물을 내고, 파와 마늘 등 재료는 온 가족이 직접 다듬고 만들어 쓴다며 예수님께서 드셔도 좋은 설렁탕을 만드는 마음으로 장사를 한다고 했다.

아이티에서 고아원에 포터블 스피커가 필요하다고 SNS에 올렸더니, 사정을 잘 안다는 어떤 선교사가 전기도 안 들어오는데 그냥 육성으로 하면 되지 고아원에 무슨 스피커냐고 한마디 했다. 왜 고아들은 마이크로 노래 부르고 스피커를 써서 예배드리면 안 된다는 것인지 의아했다. 우리는 후원교회의 도움을 받아 전기 들어올 때 충전해서 쓸 수 있는 마이크 포함된 포터블 스피커를 모든 후원 고아원에 공급했다. 얼마나 신나 하는지, 얼마나 좋아하는지. 원장과 아이들이 그 스피커로 예배를 드리고 노래를 부르고, 성경을 읽을 때, 진작 사줄 걸 하는 생각에 미안하기까지 했다.

아이티를 방문하면 종종 아이들에게 닭 다리 얹은 도시락으로 잔치를 하는데, 그 선교사가 페북에 또 한 마디 얹었다. 도시락을 사서 먹이면 도시락 파는 회사 사장 배만 불리는 일이라며, 자신은 밥을 직접 해서 먹인다고 했다. 우리도 해봤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더 좋은 도시락을 먹이고 싶다. 우리가 준비한 푸짐한 도시락은 비록 한 끼지만 아이들과 우리 모두의 짜릿한 행복이 되곤 한다.

그래서 한 끼뿐일망정 예수님을 대접하는 마음으로 아이들 식사를 준비한다. 샌드위치 하나라도 잼이나 피넛 버터를 듬뿍 발라서 먹이려 하고 달걀도 제일 큰 것으로 골라 삶고 싶어 한다. 그 안에서 우리는 사랑을 나누고 있음을 확인한다. 좀 더 좋은 것으로, 좀 더 넉넉하게.



현지에서 의료 사역을 하시는 의사 출신 선교사님은 쓰던 안경이 아니라 새 안경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아무리 도네이션이라고 하지만 아이티인들에게 나누는 사랑이 쓰다가 버린 안경이 아니라 새 안경이어야 진짜 밝은 섬김의 빛이 된다고 한다. 쓰던 것, 남아서 버리는 것이 아니라, 정말 인격적인 존중과 사랑이 담긴 섬김이 선교지에 꼭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아이티에 고아원 건물을 짓고 있다. 수도에 있는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좋은 땅을 마련해서 건축을 시작했다. 고아원 건축을 하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아무렇게나 짓지 말자는 것이다. 미국이나 한국처럼 고급재료에 근사한 디자인의 집을 짓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생각을 많이 하고 여러 차례 설계를 변경해 가면서, 한정된 형편 안에서 가장 좋은 집을 지으려 한다. 고아들이 살 집인데 그저 아이티 스타일로 적당히 지으면 된다고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우리는 생각이 다르다.

우리가 짓는 고아원에 어느 날 예수님께서 오셔서 하룻밤을 보내셔도 편안하고 흡족해하실 집을 짓고 싶다. 비록 시멘트벽돌로 집을 짓고 페인트칠한 집이겠지만, 그래도 그곳에서 꿈을 꾸며 자랄 아이들에게 우리가 정직하게, 너희들을 위해서 정성을 다해서 지은 집이라고 말해줄 수 있기를 바라며 짓고 싶다. 그래서 타일로 바닥을 할지, 시멘트를 갈아서 광택을 낼지 고민하고 벽 높이를 일반 건물보다 벽돌 두 장 더 높게 하려고 고집하고 있다. 그래야 좀 더 시원하니까.

그렇게 벽돌 한 장, 철근 하나에도 마음을 얹어서 집을 짓다가 보면, 비록 누추하고 허름해도, 어느 날 예수님께서 오셔서 벽을 쓰다듬어 보시고,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시며, “잘 지었네, 수고했네” 하시는 감격스러운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하는 꿈을 꾼다. 그래서 지금 아이티에서 예수님께 드리는 마음으로 땅을 파고, 흙을 나르며 벽돌을 쌓고 있다.

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


조항석 / 뉴저지 뿌리깊은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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