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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이민역사를 쓴다] 한국 자수의 세계화를 꿈꾼다…정영양 설원재단 대표

[창간 43주년 기획]
50년 역사 재단 2011부터 맨해튼서 활동
한국 대학생·미국자수협회 회원 초청 연수
평생 작품·수집품 기증 한국에 박물관 개관

"한국 섬유 전문가들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문화교육지원 비영리단체인 설원재단(Seol Won Foundation)의 대표 정영양 자수박사가 '2018년 텍스타일 기능교환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다.

정 대표는 한국 자수의 세계화와 문화 리더를 키우기 위한 비전으로 50년 전 한국에서 설원재단을 설립했다. 설원(눈 정원)이라는 이름은 '깨끗한 마음'을 비유하는 뜻으로 붙여졌다.

재단은 지난 21~25일 맨해튼에서 '2018년 텍스타일 기능교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올해 첫 번째로 진행된 여름 프로그램에는 한국 원광디지털대학교 학생인 섬유 전문가들과 미국자수협회 단원들이 초청돼 직접 만든 작품을 선보이고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또 현재 18·19세기 자수가 달린 종교 의상을 전시하고 있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미국 내 한국 유물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으며 현재 자수 콜렉션을 진행하고 있는 뉴왁박물관 등을 방문했다.



정 대표는 "배움의 기회가 많지 않았던 한국 학생들의 시야를 넓히고 미국 전문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아이디어 공유와 창작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자수에 흥미가 있는 새로운 세대를 양성해 나가고 자수가 규방공예를 넘어 국제적인 예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 박사는 프로그램을 연례 행사로 진행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평생을 "바느질로 예술을 만드는 일"에 일생을 바친 자수가이자, 교수, 섬유 역사가, 수집가, 예술가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자수를 처음 배웠고 초등학교에서도 서양식 자수를 배웠다. 또 한국 전쟁으로 충청도로 피난을 갔을 때 주민이 100명 채 안 되는 작은 마을에서 생필품들을 모두 직접 만들며 실력을 키웠다. 13세부터 지역 주민들에게 서양 자수와 한국 전통 자수를 가르쳤다. 이후 전쟁 후 1965년에 서울 원효로에 '국제 수공예학원'를 건립해 여성들이 자수를 배워 생계로 이어갈 수 있도록 교육하기도 했다.

정 대표가 본격적으로 '한국 자수의 세계화'에 가담한 것은 1967년 도쿄에서부터다. 그는 일본 수공예협회의 초청으로 도쿄에서 한국 자수를 소개하는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명성을 얻어 1969년에는 이란 테헤란서 개인전을, 1969년 말에는 이집트 개인전을, 1970년부터는 무대를 미국으로 옮겨 콜로라도, 볼티모어, 뉴욕 등지에서 활동했다.

한국 자수의 세계화를 향한 길이 항상 순탄했던 것 만은 아니다. 당시 주류 예술은 페인팅이나 조각 등에 집중해있었고, 자수는 여성의 일이나 규방예술로 간주됐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박사학위를 받은 뉴욕대학교(NYU) 재학 시 교수와 상의해 인기가 없던 '동양자수' 과목 이름을 '섬유미술(Fiber Art)'로 변경해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고, 자수를 '부드러운 조각(soft sculpture)'이라고 이름 지었다. 또 졸업 전시 작품에 '만져보세요(please touch)'라는 사인으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후 1970년대에 그의 대표 저서인 '동양 자수의 근원과 역사적 발달'과 '동양자수의 예술' 등을 발간했고 1980년대에는 '중국·일본·한국 동양자수의 발달과 기원'을 출판해 동양 자수를 국가와 시대별로 분석했다. 그의 저서들은 여전히 섬유예술계에서 참고 문헌으로 쓰인다.

2004년 정 박사는 평생 제작한 작품과 콜렉션 1000여 점을 한국 숙명여대에 기증해 한국 유일 자수 박물관인 '정영양 자수박물관'을 개관했다. 중국 전국시대 견사자수가 있는 청동거울을 포함해 일본 기모노·몽골 예복·터키 방장 등 다양한 의복과 장신구들을 전시했으며, 특히 한국에서 볼 수 없던 동남아시아의 용포, 중국 황제 옷 등의 궁중의상을 기증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구글 아트 앤 컬쳐 에듀케이션(Google Arts& Culture Education)'에 선정돼 첨단기술 3D 카메라를 통한 온라인 작품 감상도 가능하게 됐다. 정 박사는 "정영양 자수박물관을 통해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한국 섬유 전문가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뉴욕에서는 설원재단을 통해서 한국 자수의 세계화와 문화 리더 양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 정 박사는 "설원재단의 이번 여름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유사한 프로그램의 증진을 통해 동서간 문화적 이해증진, 후학 양성, 자수 보급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의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은 모두 무료로 진행되며, 주로 개인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그는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섬유 공예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모두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자신을 "실과 바늘로 사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수는 깨끗한 예술이라 좋다"며 "한 땀 한 땀 자수를 놓을 때마다 마음과 몸이 정결해진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다윤 기자 park.dayun@koreadaily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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