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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바퀴 남기고 대역전…또 넘어졌지만 팀플레이 빛났다

김효경·여성국 기자
김효경·여성국 기자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8/02/21 미주판 3면 기사입력 2018/02/20 17:01

여자 쇼트트랙 계주 6번째 금메달

여자 쇼트트랙 계주 결승 레이스 도중 넘어진 한국의 김아랑(왼쪽에서 둘째). 뒤따르던 캐나다의 발레리 말테(왼쪽)도 걸려 넘어졌다. [연합뉴스]

여자 쇼트트랙 계주 결승 레이스 도중 넘어진 한국의 김아랑(왼쪽에서 둘째). 뒤따르던 캐나다의 발레리 말테(왼쪽)도 걸려 넘어졌다. [연합뉴스]

김아랑, 반 바퀴 더 타며 역전 발판
최민정, 막판 스퍼트로 중국 따돌려
심석희 "변수 많아 서로 믿고 달렸다"
2·3위로 골인했던 중국·캐나다 실격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6번째 신화를 썼다. 김아랑(23.고양시청), 심석희(21.한국체대), 최민정(20.성남시청), 김예진(19.평촌고), 이유빈(17.서현고)으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이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은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4분07초361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남자 1500m(임효준), 여자 1500m(최민정)에 이어 이번 대회 쇼트트랙 세 번째, 한국 선수단으로선 네 번째 금메달이었다. 최민정은 첫 올림픽에서 대회 2관왕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중국.캐나다.이탈리아와 맞붙은 결승에서 한국은 심석희-최민정-김아랑-김예진 순으로 레이스에 나섰다. 경기 초반 맨 뒤에서 달리던 한국은 다섯 바퀴째 김예진이 이탈리아 선수를 추월하면서 3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기습적인 선수 교대로 역전에 성공했다. 계주에서는 체력 안배를 위해 보통 한 바퀴 반을 돌고 교대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김아랑은 다른 나라 선수들이 앞에서 교대하는 사이 반 바퀴를 더 달리면서 캐나다를 추월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심석희에 이어 최민정이 레이스 막판 스퍼트를 하면서 마침내 중국까지 따라잡았다. 마지막 주자 최민정은 그대로 두 바퀴를 달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파이널B(5~8위 결정전)에서 수위를 차지했던 네덜란드 선수들이 중국.캐나다의 실격으로 동메달이 확정되자 두 손을 치켜들고 환호하고 있다. 왼쪽은 금메달을 따낸 뒤 기뻐하는 한국 선수들. [연합뉴스]

파이널B(5~8위 결정전)에서 수위를 차지했던 네덜란드 선수들이 중국.캐나다의 실격으로 동메달이 확정되자 두 손을 치켜들고 환호하고 있다. 왼쪽은 금메달을 따낸 뒤 기뻐하는 한국 선수들. [연합뉴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선 심판 판정이 석연찮다는 지적도 나왔다. 레이스 중반 한국의 김아랑이 넘어지면서 그의 발에 걸려 캐나다 선수도 쓰러졌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중국과 캐나다의 실격이 선언됐다. 심판진은 "(2위로 들어온) 중국의 판커신이 레이스 막판 최민정과 몸싸움을 벌이다 손을 썼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또 3위로 골인한 캐나다는 최민정과 판커신이 결승선에 골인할 때 링크 안에 있던 킴 부탱이 진로를 방해했다고 판정했다. 덕분에 가장 나중에 골인한 이탈리아가 은메달을 차지했고, 앞서 열린 B파이널에서 1위에 오른 네덜란드가 행운의 동메달을 차지했다.

여자 계주는 한국의 메달밭인 쇼트트랙 중에서도 가장 많은 금메달(5개)을 따낸 '효자 종목'이다.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낸 뒤 1998 나가노, 2002 솔트레이크시티, 2006 토리노 대회까지 4연패를 이뤘다. 2010 밴쿠버 대회에선 석연찮은 판정으로 실격당하면서 중국에 금메달을 내줬지만 2014 소치올림픽에선 정상을 되찾았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한국은 6번째 계주 금메달을 수확하며 세계 최강자의 위용을 뽐냈다. 그러나 그만큼 부담감도 컸다. 선배들이 이룩한 영광을 이어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었다. 선수들은 대회 내내 "계주에서는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고, 훈련을 할 때도 계주에 집중했다.

이날 경기는 상처를 씻어 낸 '치유의 레이스'이기도 했다. 팀을 이끄는 맏언니 김아랑은 이제까지 개인전에서는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김아랑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도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 계주에서 메달을 따면 된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아랑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뒤 눈물을 펑펑 흘렸다. 지난 1500m 결승에서 4위로 골인한 뒤 금메달을 따낸 최민정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던 그가 이번엔 최민정의 축하를 받았다.

주장 심석희의 부담감도 컸다. 심석희는 올림픽 직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선수촌을 이탈했다. 힘겹게 마음을 추스르고 올림픽에 나섰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500m와 1500m 예선에서 잇따라 탈락했다. 특히 1500m 경기에선 레이스 도중 넘어져 탈락하는 불운을 겪었다. 심석희는 "3000m 계주는 많은 변수가 있는데 우리 선수들이 서로 믿고 달린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가장 마음을 졸인 건 고교생인 막내 이유빈이었다. 이유빈은 지난 10일 예선 경기 도중 넘어져 일을 그르칠 뻔했다. 당시 넘어진 이유빈을 뒤따라오던 최민정이 재빠르게 쫓아와 터치한 뒤 역주를 펼친 덕분에 한국은 1위로 결승에 올랐다. 이날 결승전엔 출전하지 않고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던 이유빈은 금메달이 확정되자 언니들을 끌어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앞서 열린 여자 1000m와 남자 500m 예선에선 한국 선수들이 모두 조 1위로 준준결승에 진출했다. 김아랑은 준결승 1조에서 캐나다의 킴 부탱과 다시 맞붙는다. 부탱은 여자 500m, 1500m 동메달리스트다. 최민정과 심석희는 각각 3, 4조에 배정됐다. 한국은 22일 열리는 여자 1000m와 남자 500m에서도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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