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 어택] 미지승패<未知勝敗> 언지점수<焉知點數>
2019 아시안컵 축구대회 최고 스타는 누굴까.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그 선수? 한 대회 역대 최다골로 득점왕이 된 그 선수? 만약 당신이 카타르가 결승전에서 일본을 3대1로 꺾고 우승한 걸 안다면 축구 팬으로 인정한다. MVP와 득점왕까지 안다면 당신은 '광팬'이다. 모른다면 알려드리겠다. 9골의 알모에즈 알리(카타르)가 MVP와 득점왕을 석권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최고 스타는 그가 아니다. 전 스페인 국가대표 사비 에르난데스(사진)다.200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와 2010년 월드컵 당시, 독일 오베하우젠의 한 수족관에 살던 문어(파울)의 족집게 승부 예측이 화제였다. 파울은 유로2008에선 독일의 6경기 중 4경기, 2010년 월드컵에선 독일의 7경기와 결승전(네덜란드-스페인) 승패를 다 맞혔다. (사비는 유로2008과 2010년 월드컵 우승 당시의 스페인 멤버다.) 적중률만 놓고 본다면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측한 사비보다, 먹이인 홍합에 끌리는 대로 찍었던 파울의 승리다. 그렇다고 파울이 사비보다 축구를 더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논어' '선진(先進)' 편 11장에 나오는 얘기다. 제자 계로가 공자에게 죽음에 관하여 묻자(敢問死), 공자는 "삶도 알지 못하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未知生, 焉知死)"고 대답했다. 한국 팀 경기를 앞두고 많은 지인이 승패, 심지어 내기를 위한 예상 점수를 물어온다. 대개 맞히면 경기 후 아무런 말이 없고, 틀리면 핀잔을 한다. 앞으로는 이렇게 대답하리라. "미지승패(未知勝敗)인데, 언지점수(焉知點數)이리오"라고. 스포츠란 게 이길 수도 질 수도 있고, 그 예측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이런 마음가짐이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는 출발점이다.
장혜수 / 한국 스포츠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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