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편지]코로나19와 ‘추억 소환’
서울과 같은 큰 도시에도 광주리를 이고 야채 등 먹거리를 챙겨 종일 걸어서 가가호호 방문하는 아주머니들이 있었고, 리어카에 뻥튀기 기계 또는 ‘아이스케키(하드)’ 기계를 싣고 국민(초등)학교, 중고등학교 근처에 와 ‘유랑 비지니스’ 하는 아저씨들… 밤에는 “메밀묵~~ 찹쌀떡~~”을 외치며 골목길을 왔다 갔다 하는 아저씨들도 있었다. 어머니 기분 좋은 날, 이따금 그들을 불러 세우면 아저씨들은 어깨 양쪽으로 달아 메었던 나무통을 내려놓고 슬라이딩 도어를 위로 올려 고운 나뭇잎에 싸인 찹쌀떡, 꿀과 팥으로 버무린 찹쌀떡 꼬치를 내보였다. 들여다보며 군침을 흘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전화 한 통이면 음식을 주문하고, ‘드라이브 스루’로 내 취향의 커피를 건네받으며, 컴퓨터 자판 또는 스마트폰 앱을 눌러 필요한 모든 것을 빠르면 다음날 배송받는 스피디하고 스마트한 세대에 살다가 한순간에 ‘코로나19’로 세상이 정지해 버렸다.
오늘따라 ‘메밀묵~~~ 찹쌀떡~~~’의 감칠맛 크레센도와 예고없이 찾아도 반갑게 맞이해주던 ‘마실길’이 마냥 그립다. 도돌이표가 붙은 악보처럼.
“한때는 그리도 찬란한 빛이었건만, 이제는 속절없이 사라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를 외워 칠판에 써 내려가고, 뜻도 모르던 시를 따라 적으며 까르르 까르르 웃던 그 시절을 회상하는 이 여유가 달콤 쌉쌀하다. 코로나19 덕분이다.
언젠간, 코로나19로 한가득 담긴 에피소드가 이처럼 그리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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