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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방랑시인 김삿갓] 다시 떠나는 방랑길

천동 마을을 떠나 다시 방랑길에 오른 김삿갓은 지나간 만 일년간의 일로 오만가지 감회가 무량했다. 애당초 방랑에 나서게 된 것은, 인간사로 구애를 받지 않고 허공을 떠도는 한조각 구름처럼 자유자재로 살아가자는데 있었다. 처자식과의 인연조차 끊어버리고 표연히 방랑길로 나선 것도 그 때문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세상일은 결코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서, 지난 일년 동안은 수안댁과 생각치도 못한 결혼생활을 해오지 않았던가. 이제와서 지난 일을 돌이켜보면, 수안댁과 결혼을 했던 일도 꿈만 같았고, 그런 생활이 일년 남짓하게 계속되다가 갑자기 사별(死別)을 하게 된 것도 꿈만 같았다.

인생이란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죽음을 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남은 모든 것과의 헤어짐이 일상적이고 통상적인 과정에 의해 이루어진 죽음이라면, 어느 정도는 애를 써보고 헤어짐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준비가 된 상태에서 다소나마 위안을 받을 수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일년간의 수안댁과의 짧은 결혼생활은, 두 사람 사이에서 복잡한 사연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멀쩡해 보이던 여인이 미신의 망령에 사로잡혀 공포감에 떨던 일도 흔히 보는 일도 아니려니와, 남편을 살리겠다는 일념에서 남편 대신에 목을 매 죽은 것도 몸서리쳐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그처럼 복잡했던 일도 일단 지나고 나니,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조용하기만 하다. 김삿갓은 구월산과 평양을 가볼 생각으로 발길을 서쪽으로 돌렸다. 산길을 걸어 가노라니, 바람은 차도, 등에서는 땀이 흘렀다.



땀을 식히려고 가던 길을 멈추고 풀 언덕에 주저앉아, 삿갓을 벗어 들고 눈 앞에 펼쳐진 초겨울의 유리알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쓸쓸한 자신의 마음을 시 한 수에 담았다.

生從何處來(생종하처래) / 인생은 어디로부터 오며
死向何處來(사향하처래) / 죽어서는 어디로 돌아가는 것일까
生也一片浮雲起(생야일편부운기) /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과 같고
死也一片浮雲滅(사야일편부운멸) /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흩어짐과 같구나
浮雲自體本無實(부운자체본무실) / 뜬구름은 본래 실태가 없으니
生死去來亦如是(생사거래역여정) / 삶과 죽음 역시 그와 같겠지.


(다음 호에 계속)


- 필자 김옥균은 MBC PD 은퇴하고 글 쓰는데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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