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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문학동네] 행복의 지혜

독일의 시인 칼 붓세는 ‘산 너머 저쪽’이라는 명시를 남기고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다. 세계 각국에 번역되어 한국에서도 내가 젊었을 때 감성이 많은 청춘남녀들이 애송하고 좋아했던 시다.

이경원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원

이경원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원

산 너머 저쪽 하늘 저 멀리 / 행복이 있다고 말들 하기에 / 아, 나도 남들 따라 행복을 찾아갔다가 / 눈물만 머금고 돌아왔네 / 산 너머 저쪽 하늘 저 멀리 / 행복이 있다고 사람들은 또 말들 하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모두 일생을 살면서 행복을 삶의 목표로 삼고 칼 붓세의 시구절처럼 행복을 추구하며 오늘도 살고 있다. 행복이 싫다고 뿌리칠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러면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 사전에서 의미를 찾으면 생활에 만족하여 즐겁고 흐믓하게 느끼는 감정이나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것은 즐겁고 만족스럽고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을 느끼는 마음의 상태를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떤 기관에서 언제 당신은 행복을 느끼셨습니까? 하고 설문조사를 했더니 대답은 소소한 일상에서 나라걱정까지 천태만상으로 나왔다. 지금까지 행복을 정의하기 위하여 시도는 계속되고 있으나 단편적인 어떤 하나로 정의될 수는 없었다. 수많은 거품같은 물방울이 있고 사람에 따라 모두 그 양과 색깔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학자는 정의하기를 “행복이란 잡으려고 하면 날아가 버리는 나비와 같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쉬고 있을 때 날아와 앉는다”고 한다. 흔히들 “돈하고 개는 쫓아가면 도망간다”는 속담처럼 행복도 우리가 쫓아가면 도망간다는 뜻인가? 이것은 사람들이 돈을 벌고 싶다고 마음대로 돈을 벌 수 없듯이 자기가 행복해지고 싶다고 행복이 쉽게 찾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경계의 뜻으로 해석된다.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더 많은 돈, 권력, 성공과 명예, 건강, 훌륭한 배우자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은 물질이나 외형상의 화려함에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 개개인의 마음 상태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행복은 한편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가장 절실하게 원했던 일을 성취했을 때 얼마 동안은 성취감에 취해 행복감을 느끼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흥미를 잃어가고 또 다른 욕구를 찾게 된다. 결국 만족이란 일시적이라고 봐야한다. 첫 아기를 낳았을 때 그 기뻤던 행복이 아이를 키우면서 애가 병이 나거나 나중에 교육비를 대줄 돈이 모자라 어려움을 겪을 때는 불행을 느끼게 된다. 시간과 환경에 따라 행복도 변하게 마련이다. 어느 거지 아버지와 아들이 휘영청 달이 밝은 밤 다리 밑 움막집에서 대화를 나눈다.

-아버지: 아들아!


-아들: 예
-아버지: 너는 저쪽 창문에 불빛이 반짝이는 아파트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냐?
-아들: 아이구 우리는 언제 한 번 저런 아파트 한 번 살아볼 수 있나 싶네요.
-아버지: 이놈아 그런 쓸데없는 생각은 왜 하냐? 너는 애비 잘 만나서 행복한 줄 알아라.
-아들: 왜요?
-아버지: 야, 이놈아 저 사람들, 아파트가 제집인줄 아느냐? 은행 집이야. 은행 돈 매달 갚으랴, 세금내랴, 애들 과외 학비대랴 얼마나 힘든지 아냐? 남들이 외국 여행가면 자기도 따라 가야지. 남들 좋은 차 사면 따라서 사야지. 저 사람들 사는게 사는게 아니야. 너는 은행빚 걱정이 있냐? 자식새끼가 있어 학비 걱정이 있냐? 누가 널 보고 세금내라고 하냐? 넌 이렇게 너를 걱정없이 살게 해준 애비한테 감사하고 행복한 줄 알아야 하는 거야...

거지 부자의 대화가 비록 해학으로 회자되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도 스스로 자기 분수를 알고 자족하는 행복의 지혜가 있다고 생각된다. 안빈낙도(安貧樂道)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비록 구차하고 가난하지만 마음을 편히 하고 걱정하지 않고 살면서 도를 즐긴다는 뜻이다. 공자의 언행록에 나오는 행복의 정의다. 사람에 따라 많은 행복에 대한 이견이 있겠지만 행복은 각자 사람에 따른 주관적, 내적 판단에 따라 달라지고 정해질 수 있다고 본다. 공자가 총애하는 제자 중에 <안회> 라는 사람이 너무 가난하게 살다 죽었는데 그렇게 가난하게 살면서도 그는 누추하게 사는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가난을 운명인양 받아드리고 낙천적으로 살며 덕을 닦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올해 100세가 된 김형석 철학교수는 베푸는 삶이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이라고 했다. 우리가 먼길을 여행할 때는 최소한의 짐만 챙겨야 하고 남은 짐은 타인에게 베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너무 욕심내지 말고 살라는 뜻으로도 들린다. 우리는 훌륭한 선현들의 말씀과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고 행복의 전도사가 된 유명인들의 명언에서 행복의 지혜를 찾아 실천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어느 사람은 현대의 물질적 사회에서 사는 우리로서는 물질적인 행복과 정신적인 행복의 상호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 가야만이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도 한다. 물질적 행복의 성취를 위하여는 한눈 팔지 말고 현재 맡은 직장일이나 비즈니스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일하여 최소한 자족할 수 있는 경제력을 쌓아야 하며 정신적
행복의 성취를 위하여는 신앙심을 가지고 자신의 내면세계에 과욕을 버리고 우리
사회조직의 기본단위인 가족 구성원과 친구, 지인들에게 항상 따듯한 마음으로 사랑
과 봉사, 칭찬, 용서와 격려하는 정신을 키워가는 것이 행복의 지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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