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문학동네] 불면의 힘
그날 아침밤과 밤 사이에 낀 불면처럼
이 사이에 낀 고춧가루도 핏빛이었다
고춧가루가 핏자국으로 보였다
정맥과 동맥을 겨끔내기로 오가던 피톨들이
심장으로 출퇴근하는 길에 흘린 백혈구와 적혈구였다
쉴 수 없는 심부의 다그침으로 떡이 된 피떡들이었다
저녁에게 쫓기는 노을 같은, 한 방향으로만 열리는 판막같이
보였다
경적을 울리며 달빛 앰뷸런스와 별빛 견인차를 보내고
피딱지들을 수습하여, 떠나는 불자동차로 보였다
은유적으로도 들켜서는 안되는 불자동차들이었다
깨어있는 것들의 숨은 정신력였으므로
불휴, 불면의 힘들이 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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