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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them smile, let them remember”

‘잊혀진 전쟁’ 영웅들의 70년 세월 순례길 따라나선 사진작가 현효제

“오! 이 사진 좀 봐요. 이게 공짜라구요?”
“예, 그냥 드리는 거예요.”
“70년전에 이미 지불하셨습니다. 저희는 참전용사 분들께 많은 빚이 있습니다. 그 빚을 갚으러 온 것뿐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라미 현(41, Rami Hyun·한국명 현효제) 사진작가를 와락 끌어안는 한국전 참전용사의 모습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일면식도 없는 미수(米壽)의 나이를 앞둔 그에게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뭉클한 떨림을 셔터에 고스란히 담은 사진 이야기, 6천여명을 공감으로 눌러 담은 찰나의 눈빛은 ‘잊혀진 전쟁’ 영웅들의 70년 세월 기록이자 순례길이다.
“대한민국을 지켰다는 것에 대한 그 분들의 자부심이 눈동자에 가득했다. 사실 그런 눈동자나 그런 분들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 분들에 대한 기록을 찾아봤다. 사진 같은 것이 많이 없었다. 그 분들을 찾아가서 사진으로 기록해보자… 그 결심이 이 작업의 시초였다. 사진 찍을 때도 고마워하시지만 제작된 액자를 받으시면 갓난아기처럼 좋아하신다. 언제나 One of them. 수많은 참전용사 중 한 명이었다는 그 분들. ‘이제서야 당신들이 이야기하는 영웅이라는 거, 그게 내가 맞구나’ 느낀신다고…”
2013년부터 재능기부와 자비를 들여 사진으로 대한민국의 군인들을 기록해온 작가 라미 현(샌프란시스코 Academy of Art University 사진 예술학과 졸업).



2017년부터는 ‘잊혀진 전쟁(The Forgotten War)’이라는 또다른 이름을 가진 한국전쟁(1950-1953)에 참전한 22개국 6.25 유엔(UN)군 참전용사를 직접 찾아가 흑백사진을 찍어 기록하고 액자로 제작해 전달하고 있는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왜 당신이 하냐고?”
“대부분의 한국전쟁 참전용사는 누구의 아버지, 누구의 남편 그리고 어느 회사의 누군가로 기억되기보다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로 자신들이 기억되길 바란다. 그 이유는 자기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을 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은 비록 고령의 나이지만 그 분들이 제 카메라 앞에 서실 때는 17세, 18세 그 당시 군인의 모습으로 서신다. 그때 그 모습을 기록으로 담는 제 입장에서는 마음이 무겁지만 되게 뿌듯하다. Project-Soldier는 참전용사들을 사진으로 기록하여 감사를 전하고, 우리와 다음 세대에게는 그들의 참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전달하는 공공 예술작업이다. 기록이 모여 역사가 되고 곧 자부심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고 말하지 않는가. 앞으로 5년 정도 후에는 한국전에 참전했던 세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지금이 그들을 기록하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 그리고 기록하는 것. 그러면 다음 세대가 그 분들의 모습을 보고 왜 그 분들이 한국에 와서 싸웠고 왜 희생을 했는지, 무엇 때문에. 그런 걸 조금은 알릴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프로젝트 모토가 'Let them smile, let them remember', ‘그들을 웃게 만들고 그들을 기억하게 만들자’ 이것이 사진작가로서 나의 좌우명이다.”

어느 인터뷰에 실린 기사를 들추다가 그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정말 우연한 기회로 시애틀에 계신 국군 참전용사들의 사진(2019년 10월 8일 시애틀 촬영분) 전재를 허락받은 기자로서는 내심 기뻤다.
“내가 사진으로 담고 싶은 건 그들의 정신이다. 그런데 색이라는 건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나는 사진을 통해 시대상을 반영하고 싶은 게 아니라 영원성과 역사성을 담고 싶었다. 그래서 색을 뺐다. 그래야지 더 오래 남으니까. 또 다른 이유는 참전용사나 군인은 바깥에 오래 있어 잡티도 많고 까맣다. 이것이 색을 통해 드러나면 특정한 인상을 주기 마련이다. 그런데 흑백은 색을 통해 가질 수 있는 인상을 없애고 그 사람 자체를 보여준다. 그래서 흑백으로 찍는다.” (출처: CCBB)

그렇게 순박한 그가 오는 3월, 시애틀을 다시 찾는다. 흑백 사진에 담은 시애틀 국군 참전용사들을 만나 액자를 드리려고. “그 분들을 웃게 만들고 그 분들을 기억하게 만들기 위해서!”

아울러 2020-2023 Project-Soldier Plan인 ‘Searching for Korean War Veterans with Camping Car in U.S 캠핑카로 미국내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찾아서’를 진행한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미국 한국전쟁 참전협회(KWVA, Korean War Veteran Association)로부터 공식적인 촬영 허가도 받았다. 미국으로 2월 중 출국 예정이며, 한 달에 2 개주 촬영 일정으로 2년 동안 미국내 모든 참전용사들을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다음은 라미 현 작가의 촬영 일정표다.)

2020 3월-9월 (Washington/ Oregon/ Utah/ Montana/ Wyoming/Nevada/California)
2020. 10월-2021. 3월 (Arizona/ New Mexico/ Texas/ Oklahoma/ Kansan/ Colorado)
2021. 4월-9월 (Nebraska/ North Dakota/ South Dakota/ Minnesota/ Iowa/ Missouri)
2021. 10월-2022. 3월 (Arkansas/ Georgia/ Louisiana/ Florida/Mississippi/ Alabama)
2022. 4월-9월 (Tennessee/ Kentucky/ West Virginia/ Virginia/ North Carolina/ South Carolina/ Michigan)
2022. 9월-2023. 4월 (New York/ Pennsylvania/ Maine/ New Hampshire/ Massachusetts/ Connecticut/ RhodeIsland/ Hawaii/ Alaska/ Puerto Rico)
미국에 이어 나머지 참전 및 지원국 21개국 방문 예정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터키, 이디오피아, 콜롬비아, 필리핀, 태국,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프랑스 , 벨기에, 남아프리카연방, 그리스, 덴마크, 노르웨이, 이탈리아, 인도)


토마스 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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