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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르다] 제3차 MT. RAINIER 등정 훈련

올 겨울 들어 토요일만 되면 날씨가 안 좋다. 고산 등정에서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그 중에서 날씨는 절대적인 요소이다. 이처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는 산사태의 위험도 높아지고 시야가 흐려져 낙상 위험도 가중되어 성공 확률이 희박하고, 위험하기도 하다. 2018년 6월에도 Mt. Baker에 오를 때 8000피트 정도에서 White out 현상이 생겨 시야가 너무 짧아져서 눈물을 머금고 돌아선 적도 있다. 그 다음달에 재도전해서 성공했지만...

오전 8시30분경 메일박스 들머리에 들어서니 빗줄기가 더 굵어진다. 등산화로 바꿔 신고 산행 준비를 하는 짧은 순간에도 등산화에 물이 들어갈 정도다. 오늘 훈련의 포인트는 중량 훈련이다. 보통 35파운드에서 50파운드의 배낭을 메고 경사를 오르는 훈련을 한다. 갤론병 2병에 물을 채워 배낭의 중량을 늘리고, 내려올 때는 물을 버려 중량을 줄여서 무릎 부상의 위험을 줄이기로 한다. 빡빡하게 들어선 나무숲을 2시간 40분 오르다 보니 드디어 너덜지대가 보인다. 생각보다 눈도 별로 없고 심각하게 강한 바람이 분다. 아마도 30 mph 이상 될 것 같다. 만약 40 mph 이상의 세기라면 고산에서는 등정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방한복을 더 갖춰 입고 너덜지대를 오르는 중에 선등했던 등산객 한 명을 만나 인사를 나누는 중에 사고가 발생했다. 그 분이 발걸음을 옮기는 찰나에 강한 옆바람에 밀려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난 지점까지 밀려 넘어진 것이다.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필자가 약간 높은 위치에 있어서 구조하려고 방향을 돌리는 찰나에 나도 그만 바람에 몸이 휘청댔다. 두 발과 두 개의 폴로 지탱해야만 버틸 수 있는 상황이다. 함부로 발을 뗄 수가 없을 정도로 바람이 매섭다. 다행히 그 분 스스로 가까스로 일어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동반한 강아지가 주인이 넘어지니 놀라서 호들갑이다.

12시가 다 돼서 정상에 도착한다. 3마일도 채 안되는 짧은 거리지만 가득고도가 4000 피트의 급경사를 35 파운드 이상의 중량을 지고 오르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정상에 오르니 웬일인지 안개를 동반한 바람도 걷히고 쉴 수 있는 시간을 준다. 간단한 점심 후에 하산을 시작한다. 눈길이 제법 미끄럽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급경사를 오를 때는 보폭을 줄여 급격한 체력소모를 방지해야 한다. Rainier Paradise에서 Camp Muir까지 4마일 4640 피트를 텐트 등 숙영장비와 물, 음식, 등반 장비 등(약 45LB)을 메고 오르려면 중량을 이길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 꾸준히 체력단련을 해야 한다. 아무래도 발바닥 족저근막염이 도진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저질체력이었나? 이러다 레이니어 근처도 가기 전에 지쳐서 포기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폭우와 강풍에도 대원들을 안전하게 리드하느라 수고하신 띠그레 대장님과 멋쟁이 대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등정 일시: 2020년 2월1일 토요일
등정 장소: Mailbox Peak-Old Trail
참여 대원: 시애틀 산악회 알파인 대장 문병환(띠그레), 이영훈(오르리), 글렌박(탱이), 마테오, 한문희(산친구), 조성무(칠갑산) 외 3명

글: 조성무 시애틀 산악회 회장

시애틀 중앙일보 위클리는 명실공히 워싱턴주 산악회의 최고봉인 시애틀산악회(회장 조성무)의 등정기를 매주 연재합니다. 온몸으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정상에서 쓴 한 편의 명산(名山) 등정기와 더불어 ‘함께 오르는 산(山)’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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