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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도 총리, 재집권 가도 ‘인종비하 먹구름’

[토론토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9/20 06:44

18년전 파티서 갈색얼굴, 터번쓰고 아랍인 분장 사진 등장 ‘파장 확산’


“어리석은 행위였다” 즉각 사과 - 야권 “판단력 미숙 총리 자격 없다”

저스틴 트뤼도 연방총리가 18일 인종비하 스캔들이 터져나오자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과하고 있다.<br>

저스틴 트뤼도 연방총리가 18일 인종비하 스캔들이 터져나오자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과하고 있다.

저스틴 트뤼도 연방총리의 재집권 가도에 악재가 터졌다.

10월21일 실시되는 연방총선에 따른 유세전이 시작된지 열흘째인 18일 미국 시사주가지 ‘타임’은 지난 2001년 밴쿠버의 한 사립학교 파티장에 갈색얼굴과 터번을 쓰고 아랍인으로 분장한 트뤼도의 사진을 공개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공개한 트뤼도 총리의 문제의 사진.<br>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공개한 트뤼도 총리의 문제의 사진.

타임지는 “당시 트뤼도는 밴쿠버 소재 사립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고 있었으며 ‘아라비안 나이트’라는 주제의 파티행사에 ‘알라딘’모습으로 등장했다”고 전했다. 머리에 터번을 두른 트뤼도는 얼굴과 목, 손을 거의 까만색에 가까울 정도로 진하게 색칠했다며 문제의 사진은 학교 졸업앨범에 실렸다고 덧붙였다.

타임지의 보도 직후 국내 미디어는 물론 전세계 언론들이 이 사진과 함께 기사들을 앞다퉈 보도하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트뤼도 총리는 사진 속 인물이 본인이라는 점을 시인하며 즉각 사과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당시 고등학교 장기자랑에서 자신이 화장품을 사용해 분장했다며 “되돌아보면 인종비하로 보일 수 있는 매우 어리석은 행동이였다”며 사과했다. "난 그렇게 (분장을) 해서는 안 됐고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더 잘 인지하고 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다. 트뤼도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 소속 지타 아스트라바스 의원은 "총리가 과거 친구 및 동료들과 알라딘을 연기하기 위해 옷을 입고 분장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보수당과 신민당 등 야당들은 “18년전 일이지만 판단력이 미숙하다는 것이 드러났다”며”총리로써 자질이 없다”고 비난했다.

특히 소셜미디어에는 사퇴하라는 강경한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캐나다 전국무슬림협회는 성명을 내고 "총리가 갈색 또는 검은색 분장을 한 모습을 보는 것은 슬픈 일"이라면서 "그런 분장은 인종차별과 노예제, 오리엔탈리즘에 다시 귀를 기울이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외 미디어는 인종 화합과 평등 등 진보적인 가치를 내세우고 정계에 진출한 트뤼도 총리의 정치적 이미지가 퇴색되고 신뢰를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트뤼도 총리는 2015년 집권 직후 '다문화 내각'을 선언, 캐나다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 15명 동수에 다문화•소수자 출신으로 내각을 꾸린 인물이다. 그가 인종적 다양성을 외치며 국민적 지지를 얻었던 만큼, 이번 유색인종 분장이 트뤼도 총리의 이미지에 주는 타격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또 타임지에 이어 트뤼도 총리가 고교생 당시 유색인종으로 분장한 또 다른 사진이 등장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영국 BBC방송과 CNN 등 세계주요 언론들은 이를 일제히 속보로 전하며 캐나다 총선을 뒤흔들 이슈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의 유색인종 분장이 뜨거운 감자인 이유는 '브라운페이스'가 가지고 있는 인종차별적 상징성 때문이다.

브라운페이스는 19세기 연극무대에서 백인 배우들이 흑인 노예를 연기하기 위해 했던 분장으로, 흑인 배우를 직접 무대에 세우지 않고 백인 배우가 분장을 했다는 점에서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더욱이 분장 과정에서 얼굴을 까맣게 칠하고 입술을 과하게 두껍게 그리는 등 흑인을 희화화했던 관습 때문에 20세기 들어 연극계에서는 '브라운페이스' 혹은 '블랙페이스' 분장을 지양해왔다.

지난 6월 캐나다 여론조사업체 '레저'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제1야당인 보수당이 38%를 기록, 29%에 그친 집권 자유당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자유당이 미세한 우위를 차지했지만,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접전 양상이었다. 특히 최근 트뤼도 총리와 핵심 측근들이 뇌물혐의로 조사받던 건설사 SNC-라발린에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지도록 검찰과 당시 검찰총장 겸 법무장관을 압박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트뤼도 총리는 난처한 입장이었다.

여기에 18년 전 인종차별적 유색인종 분장 전력이 도마에 오르면서, 40대의 젊은 나이에 캐나다 총리에 올랐던 트뤼도 총리의 재선 가도에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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