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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마켓 닭고기 수퍼버그 온상

감염되면 일반 항생제로는 듣지 않아 치명적
대장균, 살모렐라균 등…사육시 항생제 과다사용 탓

캐나다 전역 수퍼마켓에서 팔리고 있는 대량의 닭고기에서 일반 항생제로는 퇴치할 수 없는 박테리아(일명 수퍼버그)가 다수 발견되어 먹을거리의 안전에 커다란 파문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잘 익혀 먹어도 조리과정의 부주의로 체내 침투할 경우 단순한 식중독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의 소비자 고발 TV프로그램 '불만제로'의 캐나다 판 CBC '마켓플레이스' 제작진은 밴쿠버를 포함한 전국 3개 대도시 수퍼마켓에서 구입한 포장 닭고기를 미생물학연구소에 의뢰해 검사한 결과 전체 100개 샘플 가운데 3분의 2에서 항생제가 듣지 않는 대장균, 살모넬라균 등이 검출됐다고 방송을 통해 밝혔다.

제작진이 연구소에 보낸 샘플 안에는 수퍼마켓 자체 포장육에서부터 릴리데일, 메이플리프 등 유명 브랜드 제품까지 고르게 포함됐는데 가격과 상표에 상관없이 모든 회사 닭고기에서 최소 1가지에서 최다 8가지 계열의 항생제에 저항력을 갖춘 박테리아가 발견됐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유기농 사육 또는 '항생제 프리(Antibiotics Free)'라고 팔리는 닭고기에서도 일반 닭고기와 비슷한 수준의 수퍼버그가 검출됐다는 사실이다.

이 방송은 닭고기 내 서식하는 수퍼버그가 인체에 침투할 경우 기존의 항생제로 퇴치할 수 없어 단순한 식중독이 건강을 크게 해치거나 생명까지 앗아가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실제로 이 방송에 등장한 써리 거주 한 소비자는 닭고기 시식 후 식중독으로 병원을 찾았지만 일반 항생제로는 치료할 수 없어 메모리얼 종합병원이 운영하는 특별 클리닉에서 매일 고단위 항생제를 투여받고 있다고 밝혔다.

'마켓플레이스' 측은 시중에 유통되는 닭고기에서 수퍼버그가 검출된 사태를 닭사육 시 사용되는 과도한 항생제 탓으로 돌렸다.

이 방송은 캐나다 전역의 양계장에서 생장 촉진과 질병예방을 위해 건강한 닭에게 매일 과다한 양의 항생제를 사료나 물에 타 먹이고 있다고 보고하면서 그 결과 출하까지 10주 걸리는 사육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시키는 게 관행으로 굳어졌다고 밝혔다.

문제의 핵심은 닭에게 쓰이는 항생제 대부분이 캐나다에서 환자에게 흔히 처방되는 항생제와 같은 성분인 데 있다.

닭의 몸 속에서 이들 항생제에 맞서 저항력을 키운 박테리아가 사람에게 감염될 경우 일반 항생제로는 퇴치할 수 없어 새로운 항생제를 찾게 되고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결국 아무 약도 듣지 않는 치명적인 결과에 빠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제작진은 또한 이날 방송에서 닭고기를 고열로 가열할 경우 박테리아가 전멸된다는 일반적 견해에 대해 감염경로가 음식에서 체내로 직접 이어지기 보다는 조리과정에서 박테리아균이 주변 환경으로 옮겨진 뒤 2차 감염되는 게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방송에서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UBC 연구소에 의뢰, 닭고기에 균 탐지 형광물질을 바른 뒤 일반 주부에게 요리를 시킨 후 부엌과 옷 등에 박테리아 오염 상태를 측정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식기, 조리대, 행주는 물론 요리 후 비누로 닦은 손에서까지 균이 검출돼 식재료에 의한 식중독 감염이 얼마나 쉬운지 보여줬다.

한편 방송에서는 양계장 항생제 과도 사용 문제가 이처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와 미국에서는 유럽과 달리 가축에 쓰이는 항생제의 종류나 양을 제재할 수 있는 법률이 전무한 것으로 지적됐다.

그 결과 양계장 측은 사용하는 항생제에 대해 관계당국에 보고할 의무가 없어 닭 사육에 항생제가 과연 얼마만큼 쓰이는지도 알려진 바가 없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밴쿠버 중앙일보=이주형 기자 jhlee@joongang.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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