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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자녀양육 21] 부와 모의 역할과 가정환경

김종환 Dallas Baptist University 교수

집사람과 나는 경제적으로 그리 넉넉하지 못한 배경에서 성장했다. 우리가 한국에서 결혼을 하고 LA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할 때, 결혼폐물이었던 시계와 신혼여행사진이 들어 있었던 카메라까지 잃어버리고, 가진 것이라고는 여행용 가방 두 개에 담긴 옷가지가 전부였다.

한국에서 신혼여행을 마치고 텍사스로 와서 기숙사에 있던 짐을 대충 정리하고 자동차를 렌트해서 LA로 운전해 갔다. 첫번째 풀타임 사역지에 도착해서 매우 기뻤다. 여행가방들을 교회의 싱글룸 아파트에 내려놓고 문을 잠그고 산타모니카 비취로 갔다. 흥분된 마음을 앞날을 그려보며 바다 구경을 하고 돌아오니 아파트 문은 열려 있고 몇몇 청년들이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 보였다. 누군가가 문을 따고 들어갔던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들어가서 살펴보니 시계와 카메라가 보이지 않았다. 값나가는 것이라고는 그것들이 전부였는데 그걸 훔쳐간 것이다.

그렇게 신혼생활을 시작하면서 우리 내외는 서로의 역할에 관해 생각을 나누었다. 집사람은 집안일을 나는 바깥일을 맡고 수입에 맞추어 살기로 뜻을 정했다. 경제적인 풍성함보다는 안정된 가정을 자녀들에게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결혼생활 27년 동안 집사람은 한 번도 밖에서 일을 하지 않았다.

이민생활과 자녀양육에 있어서 그와 같은 생각과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난 9월에 ‘10 Things Every Child Needs(모든 아이들에게 필요한 10가지)’를 소개하면서 마음에 한가지 부담을 느꼈다. 우선 9월에 소개한 10가지는 다음과 같다:



‘모든 아이들에게 필요한 10가지’ 중 첫번째는 “상호작용을 부추기는 것(Encourage Interaction),” 두번째는 “신체접촉을 통해 애정을 전달하는 것(Offer Physical Affection),” 세번째는 “안정된 관계를 맺는 것(Provide a Stable Relationship),” 네번째는 “안전하고 건강한 가정환경을 유지하는 것(Maintain a Safe, Healthy Home),” 다섯번째는 “자존감을 키워주는 것(Develop Strong Self Esteem)”이었다.

여섯번째는 “양질의 보육기관을 선택하는 것(Choose Quality Childcare),” 일곱번째는 “의사를 소통하는 것(Engage in Conversation),” 여덟번째는 “놀이를 장려하는 것(Promote Play),” 아홉번째는 “음악적인 활동을 하게 하는 것(Make Music),” 그리고 열번째는 “글 읽기를 강조하는 것(Make Reading a Priority)”이었다.

그것은 1997년 맥코믹 트리뷴 재단(Robert R. McCormick Tribune Foundation)이 공영방송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1시간짜리 교육 프로그램의 내용이었다. 영유아를 양육하는 부모들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지금도 많은 아동교육 전문가들과 교육기관들이 활용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비메오(https://vimeo.com/24786384)에서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부모의 역할과 가정환경을 중요시하는 나로서 반드시 집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여섯번째 “양질의 보육기관을 선택하는 것(Choose Quality Childcare)”이다. 이것을 제외한 9가지는 모두 부모의 역할과 가정환경에 촛첨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여섯번째에서 “양질의 보육기관을 선택해야 한다(Choose Quality Childcare)”고 조언하는 생뚱맞을 정도이다.

아마 모든 부모들이 맞벌이를 한다는 가정(假定)에서 그와 같은 조언이 나왔으리라고 이해한다. 주변 사람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만 해보더라도 대부분의 부모들이 맞벌이를 하는 것이 현실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자녀양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모라면 맞벌이의 이유를 깊이 생각해보고, 할 수만 있다면 맞벌이를 피해야 한다.

물론 부모들 중에는 어쩔 수 없어서 맞벌이를 하는 경우도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본 맞벌이 부모들 중 많은 수는 필요보다는 욕심 때문에 맞벌이를 한다. “이웃이 큰 집에 사니까 우리도 큰 집에 살아야 한다. 이웃이 비싼 차를 타니까 우리도 비싼 차를 타야 한다. 이웃이 최신식 기기를 사용하니까 우리도 최신식 기기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니 맞벌이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결혼 초부터 아빠와 엄마의 역할을 분명히 구분하고 수입에 맞추어 생활하기로 작정한다면 구지 맞벌이를 하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어느 부모이든 성경이 가르치고 조상들이 본을 보여준 가정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자녀들에게 양질의 보육기관을 찾아주지 않고 최고양질의 보육기관이 되어줄 수 있다.

결혼 초부터 맞벌이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우리 가정은 넉넉하지는 못해도 큰 불편함 없이 지금까지 지내왔다. 물로 돈이 좀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고민하는 학생들을 대하며,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된 것을 볼 때, 주로 그런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부모가 역할분담을 유지해온 덕분에 아들딸이 안정감 있게 자란 것을 기억하며 늘 감사하고 있다.

인생의 첫 3년은 건강한 성장에 지극히 중요한 기간이다. 이 기간에 부모는 자녀들이 타고난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놓아주어야 한다. ‘모든 아이들에게 필요한 10가지’ 중 여섯번째를 제외한 9가지는 모든 부모가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것들이다. 부와 모의 역할이 뚜렸하고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자라난 자녀들은 가능성 풍부한 미래를 맞게 된다.

김종환 Dallas Baptist University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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