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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BTS, 사랑스런 '쟁이'들

지금까지 나는 '아이돌은 연예인, 고로 나는 무관심'의 등식을 애써 유지해왔다. 아이돌 그룹 중의 하나로만 알고 있던 BTS(방탄소년단)에 대해 잘 몰라도 된다는 나만의 고상한(?) 구태를 은근히 자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BTS가 누구야, 도대체 왜 그렇게 대단한 건데? 요즘의 주변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듣게 되는 질문이다. 기성 세대들은 BTS가 세상을 뒤흔들어 놓고서야 그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보다 세계무대에서 더 유명한 저들을 세계 언론들이 비틀스에 비견하는 뉴스를 접하고서야 비로소 그들의 존재감을 피부로 느끼게 된 모양이다.

팝의 성지라고 일컫는 런던의 웸블리구장에서 공연을 한 가수는 비틀스, 엘튼 존, 마이클 잭슨, 퀸 정도였다. 수퍼스타들만의 전유물인 그곳에서, 더구나 비영어권 가수의 공연은 BTS가 최초였다고 한다. 경이로운 충격과 흥분이 지금도 가시질 않고 있다. 솔직히 나 자신 그간의 무지와 무관심에 죄책감마저 든다.

60년대 비틀스가 미국에 입성을 할 때 '비틀마니아 현상(Beatlemania)'이라고들 했다.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이라는 표현도 그때 나왔다. CNN은 BTS의 눈부신 활약을 60년대의 비틀스와 비교하며 서슴지 않고 '코리아 인베이전'이라고 부른다. 도대체 우리 기성세대들이 그간 인지하지 못했던 이 세계적 문화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대중문화평론가들은 SNS시대에 '아미'라고 하는 팬덤의 독특한 지원활동과 BTS 노래에 담긴 진솔한 삶의 메시지들을 'BTS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그리고 그들이 금수저 출신이 아닌 흑수저 출신이라는 점, 그로 인한 그들의 성공스토리가 더욱 감동적이라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나는 'BTS신화'의 가장 본질적인 근간은 우리의 민족 정서에 기반한다고 본다. 일본과 중국은 K팝에 견줄만한 J팝, C팝을 창출해내지 못했다. 단일 민족의 음악이 온 세계인들이 즐기는 하나의 음악 장르로 떠오른 것은 K팝이 유일하다.

K팝의 멋은 다름 아닌 신명이다. 신명이란 순간의 재주나 재능이 아니다. 신명은 한민족의 가슴에 서려 있는 '한'과 흥이라는 감정을 바탕으로 한다. 우리 민족 정서 안에 면면히 흐르는 우리의 호흡이요 맥박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외세와 계층적 차별에서 오는 억압과 삶의 고통을 춤과 노래에 담아 신명으로 풀어내는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 그리고 춤과 노래에 특별히 재능이 뛰어난 이들을 '쟁이'라고 불렀다. 이들이 창과 판소리, 살풀이춤 등의 전통문화를 창출해냈다. 우리 전통음악과 무용이 지니는 깊이와 세계성은 입증된지 오래다. BTS는 바로 이러한 토양 위에서 태어난, 우리 시대의 사랑스럽고 또한 자랑스러운 신세대 쟁이들이다. 그들의 춤과 노래에 세계인들이 열광하고 있다.

춤과 노래는 인류와 역사이래 존재해왔던 감정의 표현 수단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인류는 춤과 노래를 통해 교감하고 소통해 왔다. 음악과 춤의 진정한 의미는 나눔에 있다.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하고 소통하고 나누면서 함께 울고 웃는 것이 춤이고 노래다.

BTS가 우리에게 안겨준 이 감격이 오늘에 그쳐서는 안된다. 보다 세밀하고 치밀한 국가, 커뮤니티 차원의 문화 전략이 필요하다. 앞으로 수많은 BTS(들)이 배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래와 춤(K팝)에만 국한하지 말고 K컬처 시대를 열자. 민족의 일취월장의 계기로 삼기에 충분하다. 그만큼 BTS현상은 세계적이다.


이병임 /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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