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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기억, 삶의 보물창고

조성자 / 시인
조성자 / 시인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11/13 미주판 12면 기사입력 2019/11/12 19:39

잃어버린 무선전화기를 냉동실에서 찾았어/ 어느 날 내 심장이 서랍에서 발견되고/ 다리 하나가 책상 뒤에서/ 잃어버린 눈알이 화분 속에서 발견될지 몰라/ 나는 내가 무서워/ 앞마당에 나왔는데 무얼 가지러 나왔는지(…)/ 내가 혹 나를 찾아오지 못할까 봐/ 환하게 불 켜고 자는 밤/ 이번 생에 무얼 가지러 왔는지/ 도, 도무지 기억나지 않아

김혜수 시인의 '어디 갔니'부분



킥킥 웃음이 나다가 이내 심란해진다. 잃어버린 전화기가 냉장고 안에 있더라는, 심지어는 다리미질을 하다가 전화벨이 울리자 얼떨결에 다리미를 들어 귀에 댔다가 귓불을 데였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나이 좀 든 여자들 모임에서는 흔히 나오는 이야기다.

뭔가 가져올 게 있어 지하실에 내려왔는데 막상 내려오고 보니 뭘 가지러 왔는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 한참 만에 기억해 내곤 다시 내려오는 일, 가끔 겪는 일이다. 이러다가 나 역시 이번 생에 뭘 가지러 왔는지도 잊고 딴청만 피우다가 해 저무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기억의 퇴행현상 즉 건망증은 나이와 비례하는 것일까. 그럴 것이다. 우리가 어릴 때는 분명 기억력이 좋았다. 그래서 이름을 여러 번 물어보는 어른을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삼십 대에게서도 건망증 증세가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유야 여러 가지 이겠지만 생활에 필요한 모든 정보들을 암기하기보다는 휴대전화나 컴퓨터에 저장하게 되다 보니 뇌의 전두엽 사용빈도가 현저히 줄어들게 된 게 원인이라고 한다.

건망증은 기억에 사소한 장애가 생기는 것이다. 일종의 깜빡깜빡 하는 증세이다. 이 자체만으로는 크게 염려할 일은 아닌 듯하다. 나이와 함께 오는 증세라면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문제는 이 증상이 치매라는 겁나는 현상으로 진전될까봐 염려를 하게 되는 것이다.

건망증을 예방하려면 신체를 단련하듯 두뇌도 운동을 해줘야 한다. 독서나 바둑, 게임 등 지적 훈련을 지속적으로 하는 게 좋다. 그리고 메모하는 것을 습관화 하면 좋다. 일을 반복해서 하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밥을 하면서 TV를 보거나 빨래를 하면서 전화를 하는 일은 집중력을 떨어뜨려 기억 활동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손과 발을 열심히 사용해야 한다. 말초신경을 자극해 주는 일은 건망증을 물리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유산소 운동을 충분히 하고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는 것도 좋다.

지나치게 뇌를 혹사하는 경우라면 뇌도 휴식이 필요하고 반대로 너무 지적 자극이 없는 경우라면 뇌를 자극해 주는 것이 좋다. 그러려면 시각의 다각화가 필요하다. 늘 보던 것만을 보지 말고, 평소 관심 없던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 뇌파의 영역을 넓혀주면 도움이 된다.

나이 먹을수록 부지런을 떨어야 할 것 같다. 앉아서 대접받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스스로 해보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겠다. 편안함에만 안주하지 말고 불편함과도 맞닥뜨릴 용기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건망증과 치매로 인한 기억력 상실은 분명히 다르다고 한다. 치매는 뇌세포의 고장으로 일종의 질병이지만 건망증은 노화로 인한 뇌의 퇴행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한다. 기억은 삶의 전적이다. 아름다운 기억이든 부끄러운 기억이든 살아온 나만의 역사다. 기억이라는 보물 창고가 허물어지지 않도록 뇌의 건강을 세심하게 살피고 관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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