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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엄마가 미안해!

최덕희 / 시인·아이사랑선교회 대표
최덕희 / 시인·아이사랑선교회 대표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11/13 미주판 12면 기사입력 2019/11/12 19:40

나는 딸에게 동조를 구하고 있었다.

과잉보호라고 할 만치 딸에게 정성을 다했는데 왜? 어린 시절 5대 영양소를 벽에 붙여놓고 매 끼니마다 쌀 한 스푼, 보리 한 스푼, 율무.검정콩을 갈아서 쇠고기 육수나 멸치 다시에 미역을 넣고 끓이다, 시금치와 치즈를 넣고 저어서 김과 생선살과 같이 먹였다. 시어머님도 인정하고 "야, 영양도 좋지만 맛도 생각하고 먹여라." 항상 혀를 차셨다.

딸아이를 케어 하기 위해서 학교 바로 옆 건물에 속셈 피아노 미술학원을 차리고 학교가 끝난 딸을 데리고 있다 같이 퇴근하고 했다. 머리를 갈래 갈래 인디언 머리처럼 했다가 돌돌 말아 올리기도 하고 장식 모자에 리본 등 인형처럼 꾸며서 데리고 다니던 것도 나의 대리 만족이었을지도….

어느 날 교회 앞마당에서 노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보고만 있던 딸에게 한 무리의 중학생 언니들이 지나가며 말을 했다. 한 아이가 "야, 여기 공주병 걸린 애 있다" 하니 다른 아이가 한참 바라보다가 "야, 얘는 진짜 공주다!" 했던 이후로 딸아이는 드레스와 머리 장식을 하나씩 서랍 속 깊은 곳에 감추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봄소풍 때 반장 엄마가 나를 보고 "정원이 엄마가 누굴까? 궁금했어요. 우리 아이가 정원이에게 잘 보이려고 아침마다 신경을 쓰거든요. 바쁜 아침시간에 언제 그렇게 아이를 챙기세요?" 하며 웃었다.

딸아이가 이제는 치마를 안 입겠다고 해서 원피스 속에 검정 쫄 바지를 입히고 머리도 그냥 고무줄로 느슨하게 묶어 달라고 했다. 아침마다의 나의 기쁨은 끝이 났다. 나는 또 다른 즐거움을 찾기 시작했지만 피아노는 손가락이 아프다고 칭얼대며 치기 싫어해서 선생님이 억지로 끌고 가다 중단했다. 바이올린은 악기가 닿는 턱이 아프다고 그만두었다. 사촌동생이 반주자로 있는 시립 어린이 합창단에 3학년부터 데리고 다니면서 극성을 떨었지만 억지로 데리고 다니는 것도 못할 노릇이었다. 간신히 2년 정도 다니다 그만 두었다.

커 가면서 글짓기.웅변.구연동화 등의 언어와 무용 부문에 재능을 가진 것을 알게 되었다. 미술적인 감각도 뛰어나서 훗날 미대에 입학했다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지금은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딸아이. 전 같으면 올드미스 반열에 들어섰을 나이인데 아직은! 이란 말을 듣는 이유는 독신주의자도 많고 경제적으로 자립한 후에 결혼하겠다는 풍조 때문인가? 딸아이의 배우자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딸아이가 진정으로 사랑하고 사랑 받을 수 있는 신체 건강한 믿음 좋은 청년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나 곁들이자면 찬양을 잘 했으면 좋겠다. 운동도….

내 속으로 난 자식이지만 소유물이 아니기에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야겠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서 그것을 성취할 수 있게 노력하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겠지! 하면서도 자꾸 참견하고 싶어지는 마음은 집착인가? 사랑인가?

'다른 아이들과 같이'가 딸이 원하는 바였던 것 같다. 나의 딸 바보 사랑은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해 주는 것이 바로 진짜 사랑이란 걸 늦게나마 깨달았지만 철부지 엄마는 아직도 종종 딸이 같은 여자로 보여 이해 받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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