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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법률칼럼] 학교종이 땡땡땡, 저작권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11/13 미주판 7면 기사입력 2019/11/13 07:47

장준환/변호사

한국에서 교육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학교종이 땡땡땡’이라는 동요를 알고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가장 먼저 배우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2005년에 타계하신 고 김메리 선생이 작사, 작곡했으며 1948년에 발표된 이후 한국인이 ‘애국가’ 다음으로 많이 부르는 노래로 자리 잡았다.

이 곡은 발표 이후 수많은 음반에 수록되었고 음원 사이트에도 여러 형식으로 올라와 있었다. 그렇다면 2017년까지 저작권자에게 지급된 음악 저작권료는 얼마일까? 0원이다. 김메리 선생이 이 곡을 발표할 무렵에 미국에 이민했는데, 이후에 별도로 저작권을 챙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손에게도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지, 상속자도 얼마나 의미 있는 노래인지 알지 못했다.

음악 저작권 관리 기구인 ‘함께하는 음악저작인 협회’가 이 사실을 알고 김메리 선생의 딸을 수소문해 간신히 연락이 닿았고, 그녀가 2017년 말에 이 노래를 저작권 관리 기구에 등록함으로써 2018년부터 실질적인 저작권 관리가 시작되었다. 음악 저작권은 소급 적용이 되지 않기에 안타깝게도 이전 저작권료는 받을 수 없었다. 다만 가사를 포함한 악보가 교과서에 실렸기에 이에 대한 대가는 받을 수 있었다. 김메리 선생의 딸인 귀인 조 친 씨는 그 동안 교과서 수록에 대한 저작권료로 550만 원 정도를 받았다고 한다. 교과서에 실리는 글, 그림, 사진, 악보 등에 대해서는 교과서 출판사가 한국 복제 전송 저작권 협회에 규정에 따른 저작권료를 위탁한다. 그러면 이 기관이 저작권자를 찾아 지급하는데, 저작권자를 찾지 못하면 그 돈을 보관해둔다. 현재 협회에는 150억 원이 넘는 돈이 저작권자들에게 지급되지 못하고 쌓여 있다.

사회적으로 저작권 인식과 관행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2000년대를 한참 지나서까지 이 곡을 무단으로 공연•방송•음반과 음원화 했으며, 저작권자가 이 상황을 모르거나 내버려 두었다는 게 잘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교포 사회에서는 이런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한국에서 집필, 사진, 회화, 작사•작곡, 공연 등의 활동을 하다가 이민한 사람 중에는 자신의 저작권을 잘 챙기지 않는 이가 뜻밖에 많다. 자녀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본인 사후에 저작권 관리가 더 어려워지는 건 당연하다. 저작권이 상속되며 창작자의 사후 70년까지 보호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꽤 있다.
적은 금액이라도 쌓이면 커진다.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 남긴 창작물이 있는지, 그것이 사용되고 있는지, 교과서나 다른 출판물에 수록되었는지, 인터넷 등에 게시되었는지 등을 꼭 확인해야 한다. 세부적인 업무는 저작권 관리 기구가 대행하기에 크게 번거롭지 않다.

자신의 저작권도 꼼꼼하게 챙기는 것이 좋다. 창작물을 만들었다면 저작권을 등록해두는 게 최선이다. 분야별 저작권 관리 기구를 통하면 편리하다. 저작권은 매우 훌륭한 상속이다. 늦긴 했지만, 김메리 선생의 딸과 그 자녀는 앞으로 2075년까지 음악 저작권 등의 대가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상속받은 저작권이 있는지, 내가 물려줄 저작권은 무엇 있는지 챙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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