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이 장면] 남산의 부장들
이 모든 갈등이 해소 혹은 폭발한 사건이 바로 ‘10·26’이다. “각하를 혁명의 배신자로 처단합니다.” 김규평은 이 말과 함께 마지막 한 발로 각하의 숨을 끊고, 범행 현장이 되어버린 안가의 방을 나선다. 이때 그는 말 그대로 ‘꽈당’ 하며 방바닥에 미끄러진다. 김규평의 총에 맞아 죽은 곽상천의 피에 미끄러진 것이다.
사족처럼 보이면서도 매우 공들인 이 장면은, 어쩌면 영화의 모든 것을 아우른다. 권력의 추락과 혼돈. 그리고 결국 온몸에 피를 묻히게 되는 상황. 여기서 영화는, 비장미 넘쳐야 할 대목을 우스꽝스러운 액션을 통해 냉소적으로 보여준다. 혁명이니 국가니 하며 대단한 척하지만, 한 치 앞에서 미끄러질 것도 모르는, 권력에 눈먼 남자들의 용렬한 힘겨루기. ‘남산의 부장들’이 바라보는 ‘그때 그 사람들’의 본질이다.
김형석 /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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