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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Z세대와의 소통 비법은

시대에 따라 젊은 세대를 부르는 명칭이 다양하게 바뀐다. X세대·Y세대·W세대를 지나 최근엔 2000년대 이후에 태어났다는 이른바 ‘Z세대’가 화두다. 정보통신 활용 능력이 뛰어난 게 특징인 세대라고 한다.

축구 감독인 필자는 Z세대 선수들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소통 방식부터 바꿨다. 그 결과 지난해 6월 폴란드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이라는 값진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소통 방식에 ‘정답’은 없다. 조직의 리더는 주어진 상황에 맞게 구성원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해야 한다. 필자도 사실 처음부터 소통에 능했던 건 아니다. 모 중학교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는데, 화장실에서 우연히 마주친 제자가 “선생님 설명이 너무 어려워 50%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솔직히 말해줬다. 충격적인 경험이지만, 그 순간이 지도자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그 일을 겪은 이후 효과적인 소통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다. 결국 복잡하거나, 길거나, 주제가 명확하지 않으면 소통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SSC 소통 원칙’을 만들었다. 간단하게(Simple), 짧게(Short), 그리고 명료하게(Clear)의 약자다. 신세대용 리더십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필자의 인생에서 가장 꿈만 같았던 장면, 2019년 폴란드에서의 여름은 SSC 소통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꾸역꾸역 팀(간신히 버티는 팀)’에서 출발해 ‘원 팀(서로 진심을 나누는 팀)’으로 거듭났다.

요즘 선수들은 지시가 아닌 이해가 우선이다. 목표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특정한 행동을 강요받으면 즉각 반발한다. 상황을 충분히 이해했을 땐 존중받는다고 느끼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한다. U-20 월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 팀의 에이스 이강인(19·발렌시아) 선수는 “이 경기에서 이겨서 감독님을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감독과 선수의 바람직한 관계를 정확히 압축한 한 마디였다.

U-20 축구 대표팀을 맡은 뒤 낡은 관행을 과감히 깼다. 스마트폰을 마음대로 쓰게 해줬고, 이동할 때 선수단 버스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함께 노래 부르는 ‘떼창 문화’를 만들었다. 식사는 정해진 시간 내에 알아서 먹도록 했고, 외출 규제도 풀었다. 모두가 Z세대의 문화를 존중하기 위한 결정들이었다.

스스로 모든 것을 선택하도록 허용하되, 최소한의 룰은 엄격히 지키도록 했다. 그 결과 선수들이 감독을 진심으로 믿고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자율 속 규율’은 평소 생활뿐만 아니라 그라운드에서도 경기를 주체적·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됐다.

모든 결정의 핵심 기준은 ‘즐거움’에 뒀다. 어린 선수들과 함께 하는 만큼 단기간의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중장기적인 목표 아래 지속적인 성장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뭐든 오래 하려면 일단 즐거워야 한다.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한 건 필자를 비롯한 지도자들의 결정을 우리 선수들이 전적으로 믿으며 주어진 상황을 마음껏 즐긴 덕분이다. 이 기회를 빌려 부족한 ‘쌤’을 100% 신뢰한 선수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소통과 리더십은 서로 연결돼 있다. 축구든 사회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수평적이고 올바른 소통은 세대와 성별·지역·정치적 지향점의 차이를 좁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필자는 올해부터 정든 대표팀을 떠나 프로축구팀 서울 이랜드 감독으로 새 출발 한다.


정정용 / 서울 이랜드 FC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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