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고요해지는 시간

물에 섞여있는 불순물이 가라앉기 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작은 먼지까지 다 가라앉으면 위는 물, 아래는 불순물로 확연한 두개의 층이 생기게 된다. 물론 이런 과정 속에서 흔들림은 물의 정화를 막는 요인이 된다. 마음의 정화도 마찬가지여서 온갖 생각에 혼탁해진 마음의 불순물들이 정화되기까지는 고요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늘 물과 불순물 사이에서 힘들어하고, 또 살아나곤 했다. 뒤엉켜진 실타래 같이 꼬인 길들과, 불빛을 따라 흔들림 없이 목적을 향해 걸을 수 있는 살아나는 길 사이에서 우리는 고요해지는 시간과 멀어지고, 또 가까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소음과 혼돈으로 혼탁해진 마음으로는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다가갈 수도, 내 속에 있는 나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 볼 수도 없다는 사실이다. 물과 불순물이 분리되는 시간 속에서, 세상의 소음에서 떠난 고요 속에서 비로소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서로를 만날 수 있다.

내 안에 고요해지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가? 나의 걸음이 그곳을 향하고 있는가? 나의 눈과, 귀와, 생각이 정화된 물속에 담겨져 있는가? 분주한 하루가 지나는 동안에도 나로 향하는 고요한 시간 속으로 걸어 가려고 애쓰고 있는가? 성경에 예수는 소란함을 피해 한적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 기도하셨다. 따르는 무리들을 피해 배를 띄워 배 위에 오르시기도 하셨다.

지나간 시간들을 뒤 돌아본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방황하였던가. 걷지 말았어야 할 길 위에서 갈 길을 찾지 못해 두리번거렸던 시간들, 뒤척였던 불면의 시간들은 얼마나 많았던가. 서로를 원망하고, 차가운 눈길로 바라보았던 불편한 시간들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그 속에서 헤어나오는 길은,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자유할 수 있는 순간은 나를 지으신 당신 안에 거할 때이다. 어린아이가 울음을 터뜨릴 때는 이유가 있다. 배가 고프다든지, 몸이 불편하든지, 아플 때다. 아기의 울음은 엄마를 찿는 본능이다. 아기는 엄마 품에 안기면 언제 울었느냐는 듯 울음을 뚝 그친다.



고요해지는 시간은 나의 빈잔을 당신께 높이 드는 기도의 시간이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눈물의 시간이다. 고요가 내리는 시간 속에는 늘 쉼과 안식이 함께 따라왔다. 그리고 당신은 그 안에 언제나 함께 계셨다. 고요함 속에 있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당신과 함께 있는 순간이다. 방황과 실패의 순간에, 어려운 짐을 지고 넘어졌던 고난의 순간에 머물러 있어서 안 되는 이유도 정직하게 나를 만나는 그 자리에 내 손을 붙드시는 당신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시카고 문인회장]

고요해지는 시간
당신의 기쁨 안에 있을 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당신의 흔적
지치고 힘든 날의 기억은 사라지고
당신과 나 사이 좁혀진 거리
가까워 질수록 새것이 됩니다

기다림의 끝
고요해지는 시간 속
처연히 별빛 내리는 하늘은
당신 세미한 손짓입니다
내겐 새벽, 그리고 동틀 무렵
고요해지는 시간
당신과 함께 새로워 집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다" (고린도전서 5장 17절)


신호철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