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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넷플릭스 창업 신화의 이면

요즘이야 넷플릭스를 본다고 하면, 영화나 드라마를 온라인으로 보는 것을 떠올린다. 넷플릭스가 처음 나온 20여 년 전, 아니 미국에서 이미 인기를 누리던 10년 전만 해도 달랐다. 당시 넷플릭스의 주 사업은 온라인 DVD 대여. 우편배달이라는 지극히 전통적인 수단을 활용했지만, 매달 일정액을 내면 몇 편이든 무제한 빌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단연 새로운 서비스였다.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가 나왔을까. 유명한 일화가 있다. 넷플릭스 창업자이자 현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아폴로 13호’ 비디오를 제때 반납 못 해 무려 40달러의 연체료를 냈던 경험이 사업 구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창업 신화’라는 시각이 많다. 공동창업자이자 지금은 넷플릭스를 떠난 마크 랜돌프의 주장도 그렇다.

지난 봄 번역돼 나온 그의 저서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에 따르면 운동기구, 샴푸, 애완동물용 먹이 등 온갖 맞춤형 배달 아이디어를 하루가 멀다고 쏟아내던 와중에 ‘온라인 비디오 대여’가 나왔단다.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구체적 과정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랜돌프의 설명이 더 현실적으로 들린다.



그럼에도 랜돌프의 말마따나 투자자든 언론이든 창업 이야기를 좋아한다. 세상을 바꾼 사업 아이디어가 한순간 번쩍하고 계시처럼 떠오른 이야기라면 금상첨화다.

비디오 연체료 얘기는 여전히 종종 회자하는데, 이달 초 번역돼 나온 헤이스팅스의 저서 ‘규칙 없음’의 첫머리에도 잠깐 등장한다. 이 책은 헤이스팅스의 전기나 창업 이야기는 아니다. 경영대학원 교수 에린 마이어가 공저자가 되어 넷플릭스의 기업문화와 인재운용 정책의 특징을 조목조목 짚는다. 눈에 띄는 건 그 계기에서 드러나는 과거, 특히 실패했던 경험이다.

위아래 가리지 않는 이견 제시의 강조도 그렇다. 2007년 넷플릭스는 DVD 대여 사업을 별도 회사로 분리하고, 온라인 스트리밍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가 큰 반발을 샀다. 가입자는 대거 탈퇴했고, 주가는 폭락했다.

이런 결과를 얻고서야 헤이스팅스는 창업자이자 CEO인 자신의 결정에 부하 직원들이 사전에 감히 토를 달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견 제시를 하지 않으면 회사에 불충하는 것이라는 식의 공격적 지침이 등장한 배경이다. 창업 신화만큼 매혹적이지는 않아도, 전 세계 콘텐츠 유통의 거인으로 성장한 기업의 특징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이야기다.

헤이스팅스나 넷플릭스는 콘텐츠 창작 전문가는 아니다. 당연히 관련된 책에도 창작에 도움이 될만한 얘기는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창작의 비밀과 통하는 데가 있다. ‘번쩍하는 영감의 순간은 없다’는 것은 랜돌프만의 주장이 아니다. 이름난 소설가들이 매일 꼬박꼬박 책상 앞에 앉는 걸 강조하며 들려주곤 했던 얘기다.


이후남 / 한국 중앙일보 문화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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