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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정보력 부재가 부른 참극

며칠 전 연평도 해역에서 어업 지도선에 탑승했던 해양수산부 공무원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이틀 후, 북한 해역에 표류하다 발견된 탈진한 실종 생존자를 북한군은 6시간 이상 바닷속에 방치했다가 결국 총살했다. 온 국민을 분노케하고 세계를 경악시킨 사건이다.

사건과 관련해 한국 국방부나 국정원이 취득한 정보는 깜깜이 첩보와 책임회피용으로 발표한 실종자의 월북 추정이 전부였다. 보고를 받은 국군통수권자나 정부도 상황 초기부터 종료까지 아무런 조치나 대응이 없었다.

‘정보’란 특정 상황에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즉 미래를 전략적으로 대응하는데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첩보’는 정보로 인정되기 전 초기단계에 수집된 데이터로 ‘~카더라’ 수준의 근거가 미약한 소문이나 추측을 말한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현역 시절 발생했던 항공기 실종사건과 깜깜이 정보로 애태우던 일이 떠올랐다.



1978년 4월 대한항공 KE902편 무르만스크 불시착 사건으로 2명이 사망했다. 탑승객 109명(승객 97명, 승무원 12명)을 태우고 프랑스 파리를 출발한 902편은 알래스카 앵커리지 공항에서 재급유를 받고 북극을 경유해 서울로 향하고 있었다.

KE902편 항공기는 보잉707기종으로 ‘자동관성 항법장치’가 없다. 조종사 2명 외에 항법사 1명이 추가 동승해 항공기의 루트와 위치를 모니터링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항법사는 나침반의 편각 부호를 잘못 판독해 항공기는 러시아 영공으로 진입했다.

러시아는 미국 정찰기로 오인해 공군기를 출격시켜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다행히 한 발은 빗나갔고, 다른 한발이 902편 날개 끝부분을 강타하면서 기체에 구멍을 냈고 승객 2명이 파편에 맞아 사망했다.

조종사는 기체 폭발방지를 위해 재빨리 수직하강을 필사적으로 시도했고, 이런 바람에 러시아 공군기는 표적기를 놓치고 말았다. 북극의 흰눈으로 뒤덮인 무르만스크 부근의 호수빙판에 비상착륙은 성공했으나 탑승자 전원은 이때부터 추위와 기아, 생사의 공포에 떨어야 했었다.

실종된 지 이틀이 지나도록 정부도 대한항공도 902편 항공기 실체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북극 상공에서 내려다 보던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러시아 전투기가 민간항공기를 요격한 사실과 사후 사건처리를 관찰하고 있었지만 러시아는 이틀이 지나도록 어떤 발표도 내놓지 않았다.

결국 미국은 기내 생존자를 위해 대한항공 측에 기체의 위치와 상태, 구조방안 등 최소한의 정보를 알려주었다. 사건이 노출되자 당황한 러시아는 구조와 지원에 신속하게 협조했다.

NSA는 정보가 필요한 대상을 향해 하루 24시간 다양한 정보취득 자산(기계와 설비)을 활용해 감시하고 있다.

미국은 ‘휴민트’(HUMINT: 인적정보, VIP이동, 활동, 동향), ‘시긴트’(SIGINT: 신호정보, 음파, 전파, 레이다, 영상, 감청수집), ‘테킨트’(TECHINT: 기술정보, 정찰비행, 드론, 위성에 의한 촬영) 등의 각종 정보수단을 통해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적의 전투기, 전함, 잠수정 등을 세밀히 감시하고 있다.

이번 연평도 해역에서 발생한 공무원 사살 사건은 우리의 ‘취약한 정보력’과 ‘허약한 대응’을 보여주었다. 만약 미국의 정보를 공유하고 도움을 요청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간절하다.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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