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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말의 굴절

통한다는 말, 이 말처럼/ 사람을 단박에 기분 좋게 만드는 말도 드물지, 두고두고 가슴 설레게 하는 말 또한 드물지// 그 속엔/ 어디로든 막힘없이 들고 나는 자유로운 영혼과/ 흐르는 눈물 닦아주는 위로의 손길이 담겨 있지(…)통한다는 말, 이 말처럼/ 늑골이 통째로 묵지근해지는 연민의 말도 드물지/ 갑갑한 숨통 툭 터 모두를 살려내는 말 또한 드물지

-손세실리아 시인의 ‘통한다는 말’ 부분

한국에서 보내는 카톡에 ‘소확행 잘 즐기고 있지?’ 라든가 ‘낄낄빠빠 못하면 눈치 없는 사람이야’ 같은 문자를 더러 보게 된다. 이런 말은 젊은이들이 즐겨 쓰는 신조어인데 나이가 든 사람들도 어색함 없이 쓰는 것 같다. 문자 메시지는 적은 글자 수로 소통을 넓히려는, 언어의 경제성을 필요로 하는 탓인지 인터넷에서 사용빈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신조어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주로 쓰인다. 대체로 축약어이다. 말 또는 문장의 길이를 줄이고자 정상적인 표기의 일부분을 생략한다. 파생어이거나 도치와 합성으로 만들어 낸 말이 많고 외국어의 혼종 형태도 흔하다. 빠르게 생성되다가 소멸하기도 한다. 그래서 공식적인 한국어 사전에는 등재되지 않은 말이다.



신조어의 발생을 구별해보자면 일반 인터넷 신조어, 줄인 말에서 나온 신조어, 온라인 게임에서 유래한 신조어, 표준어를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 등등 범위도 다양하다.

요즘 많이 쓰이는 신조어를 찾아봤다. 재미있기도 하고 타당성이 있다고도 생각되는 말들이다. ‘혼노코? 혼자 코인 노래방 가다, 이생망? 이번 생은 망했다, 댓망진창? 댓글이 엉망진창, 마상? 마음의 상처, 만반잘부? 만나서 반가워 잘 부탁해, 꾸안꾸? 꾸민 듯 안 꾸민 듯.’ 일종의 줄임말이다. 그러나 설명이 없으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길이 없겠다.

그러고 보니 내가 학교 다닐 때도 우리만의 말을 만들어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지금보다 단순했다. 말에서 받침을 빼고 마치 반벙어리처럼 말을 했다. ‘학교 갑니다’는 ‘하교가니다’로, ‘숙제했니’는 ‘수제해니’라고 하면서 저희끼리만 말하고 알아듣는 걸 재미있어 했다.

말과 글의 기본적 역할은 의사소통이다. 말과 글은 시간과 함께 변한다. 시대적 환경과도 밀접하다. 변화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다. 그러나 본래의 뜻이 훼손되거나 정체불명의 말들이 난무하는 일은 염려스럽다. 더욱이나 다문화 시대에 각국의 말들이 합성되어 말의 세계가 어지러운데 말이다.

한국은 디지털 천국이라는 명예를 얻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말도 변화가 심할 수밖에 없다. 제 모습을 지니고 살기도 어려울 것이다. 말의 굴절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찌 보면 외국에 나와 사는 우리가 한국어 지킴이들이 아닌가 싶다. 이민자들은 떠나온 때의 생각과 언어습관을 비교적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영어권에서 우리말은 사회적 언어가 아니라 은밀한 가족 언어다. 말의 변화를 비껴갈 수 있는 환경이다. 변하지 않는 것만이 미덕은 아니지만, 변하지 못해 촌스럽다는 소릴 듣기도 하는 이민자들이야말로 우리말을 사수할 수 있는 자들이라면 과장일까. 말이 생소한 옷을 너무 자주 갈아입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조성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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