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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피는 물보다 진하다

[LA중앙일보] 발행 2020/01/31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20/01/30 20:13

최근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위원장이 된 미셸 박 스틸은 한인들에겐 친숙한 정치인이다. 연방하원 선거에도 일찌감치 도전장을 던지고 분주히 뛰고 있다.

그가 얼마 전 워싱턴DC의 한 지역 신문에 기고한 글로 곤욕을 치렀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김정은에게 휘둘리고 있으며, 유약한 대응과 처신으로 미국의 북한 비핵화 노력에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고문이 실린 후 진보성향의 몇몇 단체에선 박 위원장이 한국의 평화통일 노력을 폄하하고 한반도 평화를 갈망하는 국내외 동포들에게 상처를 줬다며 사과를 요구하는 공동성명까지 발표했다. 문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는 민주평통 오렌지카운티 샌디에이고 협의회에서도 기고문이 적절치 못했다며 박 위원장의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무대응으로 대응했다. 아마도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신념에 따른 의사를 표현한 것이고, 그에 대한 찬반 양론은 당연한 일인데 일일이 반응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입장이었던 모양이다. 비슷한 일은 LA 최초 한인 시의원 데이비드 류에게도 있었다. 초선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다수 한인들의 기대와는 상반되는 발언으로 비난받은 경우들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한인 커뮤니티의 오랜 숙원인 정치력 신장과 맞물려 있다는 데 있다.

그동안 한인사회는 선출직 정치인 배출이 미국 내 한인들의 권익과 영향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여기고 이를 위해 부단히 힘을 모아왔다. 지금 이만큼이나마 한인 정치인들을 배출하게 된 것도 그런 노력의 결과였다. 한인 정치인들도 대부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한인사회와 연관된 이슈에서는 늘 한인 편에 섰고, 한인 권익을 위해 뛰었으며, 한인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하지만 소속 정당이 다르고, 지역구 관심 사항이 다르고, 각자의 정치적 소신이 다른 탓인지 어쩌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거시적 담론이나 전국 이슈에서 더 그랬다.

그럴 때마다 우리로선 전후 사정을 알면서도 섭섭했던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선거 때가 되면 또 그들을 밀어주고 격려해 주었던 것이 한인들이다. 이유는 하나, 피는 물보다 진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래도 자신이 한인이라는 것을 잊지는 않겠지, 아무리 특정 이슈에서 다른 목소리를 낸다 해도 결정적일 때는 결국 한인 편에 서겠지’라는 믿음 말이다.

때론 비정하기까지 한 정치판에서 이는 매우 순진한 생각일지 모른다. 한인이라고 무조건 지지해야 하는 것 역시 시대착오적이긴 하다. 하지만 우리가 소수계이고 여전히 커뮤니티의 힘이 더 결집되어야 할 처지라면 아직은 그런 순진한 믿음도 필요하다고 본다. 소수계 커뮤니티에겐 선출직 정치인은 존재 그 자체로 힘이다. 우리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법과 제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권익 신장과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는 선출직 정치인을 한 명이라도 더 배출하자는 것이 모든 소수계의 과제인 이유도 이것이다.

미국의 연방의원은 상원 100명, 하원 435명이다. 이중 아시아 태평양계는 상하원 통틀어 20명 정도다. 한인은 뉴저지의 앤디 김(민주) 하원의원이 유일하다. 인도계나 중국계, 일본계는 항상 우리를 앞선다. 베트남계, 필리핀계, 태국계의 위상도 우리보다 못하지 않다. 선출직 정치인을 얼마나 더 많이 가졌느냐가 가른 결과다.

올해 남가주에선 미셸 박과 영 김이 연방의원에 도전한다. 데이비드 류, 존 이도 LA시의원 재선을 향해 뛰고 있다. 지금으로선 당선 가능성도 높다. 이들은 한인 커뮤니티의 소중한 미래 자산이다. 그들의 당선을 위해 한인사회가 다시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다. 모두에게 100% 만족스러운 정치인은 지구에는 없다. 비판과 훈계는 축배를 든 뒤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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