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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공포는 또 다른 공포를 부른다

[LA중앙일보] 발행 2020/02/01 미주판 14면 기사입력 2020/01/31 19:52

바이러스의 공포는 불특정 다수의 희생에서 나온다. 총칼과 달리 ‘가해’의 실체도 보이지 않아 두려움은 증폭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폐렴)가 세계를 덮쳤다. 중국의 감염 확진자가 9000명을 넘었고 사람 간 감염도 확인됐다.

우한폐렴의 확산으로 ‘박쥐의 역습’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숙주로 박쥐가 유력시 되기 때문이다. 2003년 사스도 박쥐와 관련됐지만 중국인들은 박쥐 식용을 버리지 않았다. 중국인은 식재료가 다양하기로 유명하다. 네 다리 가진 물건 중에는 탁자, 날 것 중에는 비행기를 제외한 모든 것이 중국인의 식재료라는 말도 있다.

특이한 식문화뿐 아니라 중국정부의 대응 방식도 질병의 확산을 부추겼다. 초기 은폐로 도시 봉쇄에 실패하면서 500만명 이상이 우안을 빠져나갔다. 아시아는 물론 미국, 유럽, 아프리카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일본 화학자 사토 겐타로가 쓴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이라는 책이 있다. 질병과 신약 개발의 관점에서 인류 역사를 바라본 책이다. 질병이 세계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바꿀 수도 있다는 얘기다.

15세기 말 포루투갈의 바스쿠 다 가마는 해양정복의 선두주자로 나섰지만 장기 항해 중 선원들이 괴혈병으로 죽어가면서 뜻을 접었다. 이후 비타민C 부족이 병의 원인으로 밝혀져 장기 항해가 가능해졌다. 이때 영국이 바다로 진출하면서 16세 후반에서 17세기에 이르는 기간에 대영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또한 말라리아 걸렸던 청나라 황제 강희제가 예수회 선교사로부터 특효약 ‘퀴닌’을 받지 못했다면 옹정제, 건륭제로 이어지는 청나라 역사의 전성시대도 없었을 것이다.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지난 세기 인류의 기대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이유로 전쟁, 기아, 질병의 감소를 들고 있다. 20세기 인간의 기대수명은 40세에서 70세로 연장됐다. 하라리의 예상대로라면 21세기 기대수명은 150세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3가지 요소 중 전쟁과 기아는 국가간 공조와 지원으로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질병은 복병으로 남아있다.

우한폐렴이 기승을 부리지만 대재앙을 예상하는 전문가는 없다. 7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14세기 흑사병과 1918년 전세계 14만 명이 죽어간 스페인독감 같은 참극은 없을 것이다. 하라리도 현대의학의 발달로 심각한 전염병이 인류를 위험에 빠트리게 될 경우는 ‘무자비한 이념을 위해 인류 스스로 그런 병을 만들어 낼 때만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인터넷과 통신망의 발달로 공포심과 괴담이 바이러스 보다 더 빨리 확산되고 있다. 세계경제에 미칠 파장도 크다. 증권시장은 요동치고 우안폐렴이 쉽게 진정되지 않으면 중국 등 각국은 경제성장률을 낮출 수밖에 없다. 제롬 파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장도 이례적으로 "(우한폐렴이)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 시점에서 전문가들은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대책과 위생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잘못된 상식이나 근거 없는 소문에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미국에서도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생겼지만 대응은 차분하다. 우한에서 돌아온 270명에 대한 미국 시민의 거부감도 없다. 그런 중에 연방질병통제센터(CDC)는 이달초 코로나 바이러스를 분리해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보이지 않는 낯선 바이러스의 무차별 공격은 두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포에 떨고 소문에 현혹되기 보다는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공포는 또 다른 공포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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