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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북한식 신조어 ‘최고존엄’

“우리의 가장 신성한 최고존엄을 건드리며 전체 조선인민을 참을 수 없게 모독한 쓰레기들과 배신자들에 대한 분노가 더욱 극렬해지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20일 게재한 기사는 첫 문장부터 남한에 대한 비방으로 시작한다. 기사에 맞물려 사진 4장도 공개했는데 문재인 대통령 얼굴 위에 ‘다 잡수셨네. 북남합의서까지’란 문구를 합성한 전단도 포함됐다. 문 대통령 얼굴 위에 담배꽁초 여러 개를 던져놓은 건 충격적이다. 노동신문은 남북을 대표하는 문 대통령과 최고존엄을 사진과 기사로 대비해 극적인 효과를 노렸다. 여기서 최고존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뜻한다.

표준국어사전에 따르면 존엄(尊嚴)은 인물이나 지위 따위가 감히 범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엄숙함을 뜻한다. 옛날엔 임금의 지위를 뜻하는 말로도 쓰이기도 했다. 존엄에 ‘가장’ ‘신성한’ ‘최고’라는 수식어를 더했으니 이에 범접할 사람은 적어도(?) 북한에선 찾을 수 없다. 최고존엄은 북한식 신조어다. 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건 최근이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북한은 2009년 5월 3일 발표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에서 최고존엄이란 표현을 처음으로 썼다.

북한 사회의 특이성을 고려해도 지도자를 지칭하는데 존엄이란 단어를 사용한 건 이례적이다. 1972년 제정돼 8차례 개정한 북한의 사회주의 헌법에도 최고존엄이란 표현을 찾을 수 없다. ‘금수산태양궁전은 조선민족의 존엄의 상징’과 같이 헌법을 통틀어 존엄이란 단어만 딱 세 번 등장한다. 이를 통해 김 위원장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세대를 뛰어넘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북한 헌법은 남한 법학자의 단골 연구 주제다. 폐쇄적인 북한 사회의 변화를 들여다보는데 이만한 게 없다. 북한은 지난해 헌법을 개정했는데 제1장 정치 부문에선 국무위원장이 국가를 대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미국 등과의 국제 회담을 염두에 둔 행보란 해석이다. 제2장 경제 부문에선 인민경제 발전 전략에 정보화를 추가했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 역사의 수레바퀴는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은 북한 헌법과 정반대의 진보적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게 최고존엄 바로 김정은일 거다.


강기헌 / 한국중앙일보 산업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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