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중앙 칼럼] 올림픽 경찰서 속 휴게실

올림픽 경찰서 2층에는 경관들의 휴게실과 체력 단련실이 있다. 중앙일보는 6년 전 코웨이와 함께 ‘물마시기 건강 캠페인’을 하며 올림픽 경찰서를 방문했다. 정수기를 설치하기 위해 경찰서 홍보담당과 건물 내부를 둘러보며 장소를 물색하다 한인 경관들로부터 들은 말이다.

“경관들이 좀 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휴게실을 2층에 확보했는데 좁은 데다 이런 저런 내부 시설이 복잡해 경관들이 찾지 않게 되고, 그래서 결국엔 비품들을 보관하는 장소로 변질됐어요.”

결국엔 좁은 휴게실에 정수기를 설치했다. 그리고 경찰서장과 경관들의 감사 인사를 뒤로 하고 경찰서를 나서면서 새삼 혼잣말을 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있다.

‘무엇인가를 어렵게 얻었어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정돈하지 않으면 쉽게 잃을 수밖에 없는 거야.'



올림픽 경찰서 경관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얻은 휴게실이지만 간판만 붙인다고 휴게실이 되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어찌 경찰서 휴게실 뿐이랴. 경제적인 부, 민주주의, 좋은 전통, 역사적 진실, 실용적인 시스템 등 찾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지키는 것'이다.

한반도를 제외하고 전세계 가장 많은 한국인이 거주하고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곳인 LA한인타운 관할 경찰서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범죄 억제 효과를 가져왔던 경찰서가 없어지면 한인사회는 폭동이 벌어진 2000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돈다.

경찰국에 대한 예산삭감이 불가피해졌다. 그렇다면 누군가 양보를 해야 하며 그러려면 설득을 해야 한다. 이제 그 대상이 한인사회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당면한 상황에 한인사회가 실천해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첫째, 이번 만큼은 '똘똘 뭉쳐서' 해보자 제발.

주어진 목표로 가는 길과 방식은 여러가지일 수 있다. 하지만 일단 목표와 방식이 합의되고 정해졌다면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 중간에 전력을 낭비할 돌출 행동이나 결집력을 저해하는 비평 아닌 비평은 안 나오면 좋겠다.

둘째, 관내 선출직들이 열쇠를 쥐고 있다면 귀가 따끔하게 지적하고 필요하다면 소환 운동도 하자.

2년 전 홈리스 셸터 파동으로 한인들은 결집력을 보인 바 있다. 당시 대척점에 있던 정치인들이 그 후 적지 않은 대가를 치렀던 것은 물론이다. 이제 한인들의 정치력을 '집행 단계'에 본격적으로 올려 놓을 때다. 마크 리들리 토머스 의원도 필요하다면 한인사회 모든 언론이 초대해 공청회를 열어보자.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닫는 보도자료나 매체별 인터뷰보다는 모두 모여 온라인이라도 공개적인 토론을 하는 것이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의치 않다면 대안을 제시하는 캠페인을 했으면 한다. 강력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만 현실적으로 조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협상과 협의는 지속하자.

경찰국 전체에 예산 삭감이 불기피하다면 어디서인가 피해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 협상 능력을 가진 단체장들이 수고를 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협상 내용은 커뮤니티에 공개해 투명한 진행을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찰서가 폐쇄되지 않고 살아남는다면 앞으로 더 잘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 한인 경관들이 더 지원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고, 커뮤니티와의 관계도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 보자. 경찰국 책임자와 커미셔너가 바뀌어도 '왜 올림픽 경찰서가 존재해야 하고 중요한지'를 지속적으로 알리자. 그들도 잊지 못할 '스토리'를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그것이 관리이고 힘이다.

쓰지 않고 관리하지 않은 경찰서 휴게실처럼 우리가 관심을 갖고 가꾸지 않는다면 오래 갈 것은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최인성 / 디지털부장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