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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을 드러내라”, 당당함이 내 삶을 만든다(2)

3억5000만 년의 오랜 세월 바닷가재가 자연선택을 받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그 무엇’. 지구 최장수 생명체가 가진 ‘특별한 기능’ 은 다름 아닌 바로 그들 뇌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서열 계산기’ 이다.

서열 계산기가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하기에 앞서 바닷가재의 영역싸움 모습을 잠시 살펴보자.

가재 수십 마리를한곳에 모아놓으면 그들끼리의 서열 정하기를 관찰할 수 있다. 맨 먼저 가재가 하는 일은 주변 지형 탐색이다. 안전한 은신처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쓸만한 은신처를 찾던 가재는 결국 좋은 은신처를 놓고 치열한 영역 싸움을 시작한다. 처음엔 가볍게 상대방 겁주기로 시작한다. 권투처럼 상대를 빙빙 돌며 서로 집게발을 크게 벌려 잽을 날린다. 그리곤 동시에 액체를 뿜어낸다. 자신의 신체조건을 설명하는 화학물질이 담긴 액체다. 나 ‘이런 놈’ 이니 알아서 물러서라는 사인이다.

이 단계에서 비슷하다 느껴 서로 물러서지 않으면 본 게임에 돌입한다. 더듬이를 크게 휘저으며 집게발을 편 채 앞으로 다가섰다 물러서기를 반복한다. 여기서 겁먹은 놈은 뒷걸음을 치다가 다른 곳으로 슬며시 도망가게 돼 있다. 하지만 이쯤에서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으면 진짜 전투다. 빠른 속도로 집게발을 크게 벌리고 상대 다리나 더듬이, 눈같이 튀어나온 부분을 움켜잡고 그 부분을 가차 없이 뜯어낸다.



흥미로운 건 싸움이 끝나고부터다. 영역 싸움으로 일단 서열이 정해지면 이후 행동은 판이해진다. 패배한 놈은 더 이상 싸움을 안 한다. 이전 싸움서 보여 준 패기와 공격성은 온데간데없다. 완전히 자신감을 상실한다. 심지어 전에 이긴 놈을 보고도 그저 무덤덤하다.

승자는 딴판이다. 더듬이를 위협적으로 세우고 거들먹거린다. 좋은 은신처를 차지해 안전하고 편하게 배를 채운다. 때때로 다른 가재를 찾아가 쫓아내고 심술을 부리며 지배권을 과시한다. 당연히 건강하고 맘에 드는 암컷도 독차지다.

가재의 달라진 행동 변화는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뇌 신경전달 물질 때문으로 밝혀졌다. 바로 세로토닌이다. 가재 뇌에서 발견된 세로토닌 수치는 정확히 그들의 ‘서열’과 비례한다. 서열 상위 집단은 세로토닌 수치가 높았고 싸움에서 패배할 때마다 그 수치는 낮아졌다. 서열에 따라 세로토닌 수치가 달라지고 이 달라진 세로토닌에 의해 행동 패턴이 결정된다는 얘기다.

‘서열 구조(서열 관계)’는 자연이 만든 생존을 위한 가장 중요한 특성이다. 지구 탄생 이후 모든 생명체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서열 구조 속에서 살았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생각과 감정을 넘어 뇌 깊숙한 곳에서는 ‘특별한 기능’을 수행하는 원시적인 ‘계산기’가 자리 잡고 있다. 사회관계 속에서 내가 어떤 서열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추적하고 관찰하는 장치, 곧 ‘서열 계산기’다.

서열 계산기 기능은 간단하다. 우선 내가 다른 이들에게 어떤 대우를 받는지 자세히 관찰하고 수집한다.

다음에 이 수집한 데이터를 근거로 나 자신의 가치를 결정하고 나에게 지위, 곧 서열을 부여한다. 그리고 나면 이 서열에 따라 뇌 속 세로토닌 분비량이 결정된다. 쉽게 말해 주변에서 날 ‘별 볼 일 없는 놈’으로 보면 내 서열이 낮다고 여겨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든다는 얘기다.

문제는 다음이다. 세로토닌 분비가 줄면 부정적인 감정과 행동이 드러난다. 육체적으로 민감하고 항상 경계심을 유지해야 하므로 늘 스트레스에 젖어 있다. 낮은 서열의 뇌는 사소한 사건도 최악의 사태로 간주하곤 한다. 비상사태로 간주하면 면역체계까지 중단하고 남겨 둬야 할 에너지도 모두 쏟아부으며 현재를 모면하려 한다. 즉, 충동적인 행동이 많아진다. 수준 낮은 쾌락에도 쉽게 빠져들 위험이 크다. 그렇게 인생을 허무하게 낭비하고 삶을 그냥 그렇게 살다 갈 확률이 높다.

서열계산기가 내게 높은 서열을 부여하면 정반대 삶의 길이 펼쳐진다. 세로토닌이 다량 분비되면서 자신감 넘치고 여유롭게 행동한다. 뇌는 보금자리가 안전하고 먹을 것도 많으며, 주변에 좋은 친구가 많다고 느낀다. 어려운 일이 발생할 확률이 적으므로 웬만한 일은 대수롭지 않다. 변화도 위협이 아닌 기회라 생각한다. 눈앞의 작은 이익보다는 더 낳은 내일을 위해 계획할 수 있다. 그러니 더 잘될 수밖에 없다. 큰 만족을 위해 작은 고통을 참아낼 수 있고, 오히려 고통을 즐길 수도 있다. 자신을 성찰할 여유도 있으며, 나만의 창조의 삶을 살다 갈 수 있게 된다.

생각나는 일화를 짧게 소개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다. 오래된 얘기지만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라 지금도 생생하다. 처음 수업을 시작해 서로 어색한 시절, 약 60명 정도의 학생 가운데 유난히 ‘못된’ 친구가 있었다. 나 역시 그 친구 ‘밥’ 이었고. 그날도 점심시간에 여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시비를 걸어왔다. 세로토닌 탓일까. 그날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바로 난투극이 벌어졌고 휘저은 주먹이 그 친구 코를 스쳤다. 코피가 터지자 바로 상황이 종료됐다.

사실 어쩌다 운 좋게 들어간 펀치였는데 이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자신감이 생긴 나는 어깨를 펴고 훨씬 편안하게 학교생활을 했던 기억이 난다. 주변에 여자 친구들도 많았고. 물론 그 친구는 나를 보면 슬슬 피해 다닐 수밖에 없었다.

자신감을 드러내라. 당당함이 내 삶을 만든다. 내 약점을 기꺼이 인정하고 내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라. 당당하게 자신감을 드러냄은 내 삶의 주인으로 살겠다는 선언이다. 어깨를 펴고 허리를 세우기는 나만의 창조의 삶을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자신감이 내가 원하는 삶을 이뤄준다. 자신감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이 돕기 때문이다. 3억5000만 년 이어 온 자연 선택의 지혜가 나를 돕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어머니 잔소리대로 하면 ‘잘나가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승구 칼럼니스트 /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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