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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사자성어

‘아시타비’(我是他非). 한국 대학교수들이 꼽은 2020년 사자성어다.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뜻이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한문으로 옮긴 신조어다. 올해 한국 사회 곳곳에서 발생한 이중 잣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자성어가 미주 한인사회에도 적용될까? 어느 정도 수긍할 수는 있지만, 필자는 ‘아니다’에 더 방점을 찍고 싶다.

오히려 미증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팬데믹 상황을 반영한 ‘첩첩산중’(疊疊山中)이 더 적합할 것이다. ‘여러 산이 겹치고 겹친 산속’이란 의미다. ‘넘어야 할 난관이 겹겹이 있음’을 표현하기 위해 많이 사용된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지난 1월 말 미국에 상륙한 후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난 한해였다.



이에 따라 한동안 잘 나가던 미국 경제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미주한인들의 주요 생활 터전인 자영업은 더욱 치명타를 입었다. 코로나 19가 거의 1년 동안 기승을 부리자 많은 가게와 기업들이 급격한 매출 축소에 힘들어하고 있다. 최근 백신이 공급되어 접종이 이뤄지고 있지만 병마는 아직도 그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주 한인들은 십시일반(十匙一飯) 정성을 모아 더 어려운 이웃을 도왔다.

애틀랜타의 경우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한인단체들이 앞장섰다. 애틀랜타 코로나 19 범한인동포 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은 칭찬할 만하다. 한인회, 민주평통 애틀랜타지회, 조지아한인상공회의소 등 3개 단체를 구심점으로 38개 단체가 참여했다.

비록 내부 갈등과 일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다소 잡음이 발생하기도 했으나, 적은 인력과 자원으로 끝까지 노력해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게 지역사회의 지배적인 평가다.

게다가 많은 독지가도 어려운 한인사회를 돕기 위해 온정의 손길을 내밀어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일부는 주류사회까지 마스크, 손 세정제 등 구호품을 전달해 한인사회와 주류사회의 가교를 놓기도 했다.

이 연장 선상에서 상부상조(相扶相助)는 올해 한인사회를 상징하는 사자성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알다시피 서로서로 돕는다는 뜻이다.

팬데믹 와중에 한인들의 정치력 신장도 돋보이는 한 해였다. 베테랑 면허증 발급은 애틀랜타 한인들의 노력과 땀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조지아 주의회는 지난 6월 26일 미국에선 처음으로 동맹군으로 참전한 외국군 소속 용사들에게도 베테랑 면허증을 발급해주는 ‘HB 819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어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의 서명으로 발효됐다. 나아가 한인 참전용사 가운데 미국 영주권자들도 한국 대통령 명의로 된 ‘국가 유공자 증서’도 받게 됐다.

이 법안은 미 동남부베트남참전 유공자회가 샘 박 하원의원의 도움으로 추진한 것이다. 공화당의 빌 히킨스, 로저스 테리 의원, 민주당의 마이크 그랜튼, 앨 윌리엄스 의원 등 초당파적 협력으로 발의됐다. 그동안 애틀랜타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추진해온 이른바 민간외교가 결실을 본 것이다.

그렇지만 아쉬움도 남는 한 해다. 주류사회 진출을 향한 징검다리라고 할 수 있는 정계 진출이 부진한 탓이다. 지난 11월 선거에서 조지아에서는 샘 박 의원만이 유일하게 3선에 성공했다. 복수 주의원을 배출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도 가능성은 충분히 보인다. 미국 전역의 초미 관심을 끌고 있는 조지아 상원의원 결선투표를 앞두고 양당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한인사회에 구애 작전을 펴고 있는 것도 그만큼 한인들의 정치력이 신장됐다는 의미다.

괄목상대(刮目相對)란 고사성어가 있다. 삼국지연의에서 유래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며 대한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의 학식이나 재주가 깜짝 놀랄 만큼 늘었음을 말한다. 오나라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과거보다 학식이 매우 해박해진 모습에 노숙이 크게 놀라자, 여몽이 “선비란 사흘만 떨어져도 눈을 비비며 다시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1년 신축년은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하얀 소를 의미한다. 새해에는 한인 모두가 소처럼 뚜벅뚜벅 걸어서 모든 분야에서 뜻한 바를 이루고, 괄목상대가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사자성어가 되기를 기대한다.


권영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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