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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6개월 만에 사라진 ‘퀴비’의 교훈

2020년이 가기 전에 쓰고 싶은 얘기가 있었는데 새해 첫 칼럼이 되고 말았다. 경영계의 ‘폭망’한 사건 이야기다.

유튜브는 코로나의 창궐로 집콕하게 된 사람들에게 최고의 선물이었다. 이와 비슷한 유료 미디어 플랫폼인 넷플릭스도 마찬가지다.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장악한 시장에 유력한 후발주자가 출현했었다. 바로 퀴비(Quibi)다.

처음 광고를 접했을 때는 ‘이게 뭐지’하면서 반신반의했다. 도대체 뭘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메시지는 ‘뭔가 대단한 것’인데 파악이 안돼 당혹감마저 주었다. 10분 미만의 짧은 동영상을 유료로 보여주는 플랫폼이었다. 결론부터 말해 6개월만인 지난해 12월1일 문을 닫았다.

이렇게 소개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이 서비스가 자금이 부족했거나 기술이 없었거나 무명의 철없는 경영진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이들은 투자금도 막대했다. 유수의 영화사가 총 10억 달러를 출자했고 총 17억5000만 달러나 모았다. 기술도 설명하기 복잡하지만 신기할 정도였다. 경영진도 유명한 인물들로 채워졌다. 이런 인물들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구나 하는 놀라움을 느낄 정도였다. 디즈니 회장과 드림웍스를 설립한 제프리 카젠버그가 창업자로, 이베이를 대기업으로 키우고 HP를 지휘했던 맥 휘트먼이 CEO를 맡았다. 흠잡을 때 없는 스타트라서 주위의 기대도 컸다. 나중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누구도 믿기지 않아서인지 막상 실패하고 나니 그 원인을 찾지 못했고 결국 코로나 팬데믹을 탓했다.



그럼,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떤가. 엄청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레드오션’ 시장으로의 잘못된 진입이다. 팟캐스트나 인스타그램 등으로 이뤄진 짧은 동영상 시장에 참여해 파이를 키우려했지만 유튜브나 넷플릭스 중간쯤의 어정쩡한 포지션이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콘텐츠도 많지 않았다. 그들만의 오리지널시리즈도 선보였지만 요즘 웬만한 플랫폼은 모두 갖고 있다는 점에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다.

유료 서비스인데 좋은 게 없었다. 콘텐츠왕국 디즈니의 ‘디즈니 플러스’나 ‘애플TV 플러스’보다도 고가였다. 심지어 무료인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보다 나을 게 없었다. 무료로도 볼 게 많은데 부실한 콘텐츠를 구독료까지 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마케팅도 헛돈 행렬이었다. 평균 시청연령이 56세인 아카데미시상식에 25~35세를 대상으로 한 퀴비 광고를 했다는 지적이다. 오죽하면 퀴비라는 이름 때문에 ‘음식배달앱’이라고 오해도 받았다고 한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또 다른 성공기업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를 떠올려보면 원인 파악이 어렵지 않다. 제프리 카젠버그는 누구보다도 업계를 잘 안다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오만으로 비쳐진 자신감과 화려한 경력이 오히려 시장을 너무 쉽게 봤다. 차라리 성공의 경험이 없었더라면 6개월 만에 두 손을 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로욜라메리마운트대학 데이비드 최 교수는 예전 인터뷰에서 “한번 성공한 기업가는 두번째 성공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현대 비즈니스 상황이 워낙 급변해 첫 성공을 이끌었던 방법이 두번째에서는 오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쇄 창업가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그것을 알고 있지만, 카젠버그는 그렇지 못한 같다. 결국 자신의 아이디어가 옳다고 믿는 신념이 지나쳐 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결론이다.

올해는 새로운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성공을 과신해 덤비지 말라, 겸손을 배우고 지속적으로 공부하라. 단순한 것 같지만 모든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불변의 비결이다.


장병희 / 디지털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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