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시론] 트럼프 대통령의 패착

미국은 물론 온 지구촌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는 민주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로써 민주당은 2020년 선거에서 대통령과 하원을 장악한 데 이어 상원에서도 공화당과 동수를 이루는 쾌거를 거두었다.

결과론적으로 민주당의 완승이지만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이었다. 반집 승부였다. 바둑에서 ‘한집은 땅을 보고 통곡하고, 반집은 하늘을 우러러 원망한다’는 말이 있다. 한집까지는 자신의 실력이지만 반집은 인력으로 어쩌지 못하는 하늘의 뜻이라는 이야기다.

당초 이번 결선투표는 박빙이지만 공화당 후보들의 미세하나마 우세가 점쳐졌다. 우선 현역의원인 데다 큰 과오 없이 의원직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민주당은 조지아에서 1석을 확보하는 게 우선 선결 목표였다. 그런데 조 바이든이 대선에서 조지아 지도를 푸른색으로 바꾸자, 민주당은 내친김에 상원도 장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당차원에서 결선투표에 올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엄청난 선거자금을 쏟아부었고, 막판에는 모든 가용자원을 동원해 그야말로 총력전을 폈다. 이 분위기에 밀려 결과는 공화당의 반집패. 특히 데이비드 퍼듀 후보는 줄곧 리드하다 막판에 뒤집혔으니 하늘을 원망할 만하다.



승부의 흐름을 바꾼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조지아 인구구성의 변화와 여전한 반트럼프 정서다. 최근 흑인을 포함한 유색인종들이 많이 유입되었다. 이런 가운데 반트럼프 정서가 이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그렇지만 이는 충분히 예견된 변수였다.

정치공학적으로 볼 때 지난해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기부양 체크’ 증액 발언이 화근이었다. 마지막 패착이 된 것이다.

트럼프가 지난 연말 연방 상·하원을 통과한 추가경기부양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행한 발언의 요점은 의회가 뜬금없이 끼워 넣은 외국 지원액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럴 여유 자금이 있으면 차라리 개인에게 지급하는 금액을 더 올려주자는 취지다.

그 정도에서 그쳤으면 충분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2000달러로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노회한 정치인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개인 지원금 규모를 2000달러로 상향 수정해 통과시켰다.

민주당으로선 다다익선이다. 미래의 국정보다 눈앞의 선거에서 이겨야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뒤늦게 실책을 깨달은 트럼프가 부랴부랴 법안에 서명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반면, 민주당으로선 기회였다. 존 오소프와 라파엘 워녹 후보 측은 이때부터 모든 수단을 동원해 ‘퍼듀와 켈리가 상원에 있는 한 2000달러 받기는 불가능하다’는 흑색선전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돈 많이 준다는데 싫다는 사람 별로 없다.

트럼프는 대선에서도 비슷한 악수를 두었다. 바로 마스크 쓰기였다. 미국민들은 관습상 마스크 쓰기에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미증유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아래서는 전문가들의 권고대로 마스크로 예방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마스크 쓰기를 솔선수범하며 국민에게 안전을 위해 권유하고 설득했어야 마땅했다. 트럼프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자 즉각 백신 개발을 적극 지원해 최근 미국이 탈출구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그가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난의 타깃이 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만약 트럼프가 결정적 악수를 두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대선 불복에 따른 공화당 내분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민주당도 앞날이 만만치만은 않다. 견제와 균형 대신 변화와 개혁을 택한 유권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정책추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 2000달러 지급을 포함한 제3차 경기부양책을 펴겠다고 공약을 했으니, 재원 마련에 고심해야 할 것이다. 연방정부의 재정은 한계가 있는 데다, 지금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늘어난 부채에 대한 이자 갚기도 쉽지 않다. 바이든의 공약대로 이른바 부자 증세만으로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첫 행보가 주목된다.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작은 생선을 굽듯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지도자라면 반드시 새겨야 할 덕목이다.


권영일 객원논설위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