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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백신이 서 말이어도

4일 워싱턴 차이나타운 근처, 대형 식료품점 자이언트에 딸린 약국을 찾아갔다.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곳인데, 얼마 전 의료인력이나 노인도 아닌 한 청년이 여기서 백신을 맞았다며 자랑하는 내용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확인해 보니 사실이었다.

약국에선 그날 쓰고 남은 백신을 일반인에게도 접종해주고 있었다. 모더나 백신은 10회 분량을 한 병에 담는데, 상온 보관 기간이 24시간이다. 아침에 개봉 후 저녁까지 남으면 버려야 하니, 차라리 원하는 이에게 접종해준다는 취지였다. 마감 시간, 약국엔 이를 원하는 사람들로 북적일 거라 예상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마트에 장 보러 온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과학정책 연구원이라는 이안 사이먼은 이 마트를 자주 찾아오지만 남는 백신 놔준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고 했다. 미리 알았다면 자신도 물론이고 주변의 어른들에게 알렸을 거라고 했다.



반면 엘렌 자오라는 중년의 손님은 대형 제약사의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지금 무료로 놔준다 해도 안 맞겠다고 했다. 뒤돌아 가면서도 기자에게 절대 맞지 말라고 당부했다.

결국 한쪽은 홍보가 부족해서, 다른 한쪽은 설득이 부족해서, 약국에 백신은 남아 있는데 주삿바늘은 제대로 꽂히지 않는 것이다. 미국의 수도에서도 이러니 왜 지금 미국의 백신 접종이 속도를 못 내는지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연방정부에선 ‘초고속 작전’의 일환으로 페덱스와 UPS를 동원해 지금까지 전국에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1702만 회 분량을 배포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집계 결과 5일 기준으로 실제 1차 접종을 마친 사람은 484만 명, 배포된 분량의 28% 정도다. 캔자스에선 7%,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도 확보한 백신의 11% 정도밖에 쓰지 못했다.

코로나19 백신은 다른 백신 접종보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일단 충분히 거리두기가 가능한 공간이 필요하고 접종 후 15분간 부작용을 지켜볼 장소도 따로 마련해야 한다. 이런 인프라가 없어서, 땅덩어리가 너무 넓어서,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서, 여러 이유가 나오지만 결국 접종 지연의 결론은 한 가지다. 연방정부에서 덜렁 책임을 떠넘긴 지방 정부는 전혀 준비가 안 됐다는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고, 백신이 배포돼도 맞아야 집단면역이다. 우리 입장에선 시행착오를 잘 지켜보며 창의적인 대응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상대적으로 백신 확보에 늦었다 해도 빠져나오는 것은 먼저일 수 있다.


김필규 /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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