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어택] 같은 개천의 물을 마신다는 건
이달 초 끝난 메이저 테니스 대회 호주오픈에서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우승했다. 조코비치는 우승 소감으로 “페더러와 나달이 있어서 이 나이에도 계속 전진한다. 우리 셋은 서로 경쟁하면서 장애물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 대회에서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4강, 라파엘 나달(스페인)은 8강에 각각 올랐다. 대회 직후 발표된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에서 조코비치, 나달, 페더러는 차례로 1~3위에 자리했다.
1987년생 조코비치는 올해 33살이다. 아주 많다 할 수는 없어도 테니스 선수로는 전성기를 서서히 벗어나는 나이다. 페더러는 1981년생으로 39살, 나달은 1986년생으로 34살. 둘 다 조코비치보다 많다. 앞서 소개한 조코비치의 말처럼, 또 “페더러를 보면 나도 더 오래 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나달의 말처럼, 이들은 지금까지 서로 버티게 했고, 여기까지 오게 했다.
김연아와 아사다가 그랬고, 또 페더러와 나달, 조코비치가 그랬듯, 승부에서는 누군가 이기면, 누군가 진다. 모두가 포디움(시상대) 맨 위에 설 수는 없다. 그래도 이기고 지면서 서로에게 자극제가 됐고, 함께 성장했다. 라이벌이란 그런 것이고, 그게 바람직한 경쟁이다. ‘라이벌(rival)’은 ‘개천’을 뜻하는 라틴어 단어(rivus)가 어원이다. 개천의 물은 그 양쪽 기슭 주민 모두에게 필요하다. 또 이동을 위해서는 개천을 따라가거나 건너야 한다. 자원과 통행을 놓고 양측은 경쟁할 수밖에 없다. ‘하나인 물건을 두고 싸우는 사람들’이라는 뜻에서 라이벌이란 단어가 나왔다.
라이벌은 같은 개천의 물을 마시는 존재다. 싸움이 비루해질 것 같거든 ‘김연아와 아사다’를, ‘페더러와 나달, 조코비치’를 떠올리시라.
장혜수 / 한국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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