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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기생충(Parasite)

기생충이란 단어를 오랜만에 자주 듣는다. 6·25 사변 전후 초등학교에서 무료로 ‘산토닌’이라는 구충제를 나누어 주워서 먹고 하늘이 노랗게 보이는 부작용을 경험하여 본 세대는 회충이라는 기생충이 얼마나 징그러운 지렁이 같은 연체동물이라는 것을 안다. 기생충은 우리 몸속의 영양분을 가로채어 영양실조를 초래한다. 또 한 가지 흔했던 촌충이라는 기생충이 있었는데 그 길이가 사람의 창자 속에서 1m가 넘게 자라다가 성충이 되면 밥알 길이로 잘려 자기도 모르게 항문으로 배출된다. 옛날 노인들의 경험담에 바짓가랑이 대님을 풀면 촌충이라는 기생충이 인간의 장 속에서 생을 마감하면 자기도 느끼지 못한 채 한 주먹씩 항문으로 배출되었다는 옛날이야기를 들어본 유년 시절이었다. 21세기가 된 요즘에도 지푸라기라도 잡아 보려는 암 환자는 개의 구충제가 특효가 있다 하여 시중에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식약청에서 임상시험에 들어가려고 하다가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서 중단되었다고 한다.

지난번 AMC 영화관에서 ‘기생충’ 영화를 보러 갔다가 제목이 ‘Parasite’여서 미국영화인 줄 알고 헤맨 적이 있었다. 왜 하필이면 영화 제목이 징그러운 기생충으로 지었을까. 더 매끄럽고 인상 좋은 단어들도 많은데…. 코미디 같은 소재의 허풍스러운 소재라는 필자의 영화관람 평이었는데 그 뒤 한국 뉴스를 보니 이건 아니다 싶게 세계의 유명한 영화상을 연속으로 받다가 드디어 오스카 영화제에서 4관왕까지 거머쥐었으니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나의 심미안이 보잘것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대단한 작품이라면 기회가 오면 다시 한번더 관람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다행히 카카오톡에서 무료로 떠올라서 볼 기회가 생겼다. 논쟁 좋아하는 평론가들의 논평이 또한 재미있다. 어떤 평은 자본주의 국가의 빈부 격차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좌빨들의 선전영화라고 하고, 또 다른 평은 박근혜 정부 때 촛불 들고 악다구니를 쓰던 일당들이 제 세상 만난 듯 국고에 빨대를 꽂고 허겁지겁 굶주렸던 배를 채우는 문재인 정권의 비리 현실을 고발하는 영화가 되었다고 보고 있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후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으로 기억한다. 그때 영화산업은 일제가 남기고 간 낡은 촬영기로 제작한 흑백영화 ‘유관순’의 장면 장면들이 지금도 문득 떠오른다. (아마 그 영화의 감독이 윤봉춘으로 기억한다) 그 시절은 동시녹음이 아니라 변사가 구슬픈 대사를 들려주는 그런 시절이었다.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시골까지 영사기와 발전기를 들고 와서 밤이 어둑하여지면 초등학교 운동장에 하얀 광목천으로 만든 스크린을 장대에 걸어 놓고 상영을 하였는데 바람이 불면 하얀 스크린이 울렁거려도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는 영화를 그 시절에는 ‘활동사진’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보잘것없던 한국의 영화 산업이 성장하여 미국에서 많은 한국영화가 상영되는 현실로 성장하였다.



좌파와 우파의 서로 다른 영화평에 대하여 해외 사는 우리 한인들은 이념적 색깔을 덧칠한 그런 논평에 귀 기울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육칠십 년 세월이 흘러 한국의 영화가 세계의 유명한 영화상(映畵賞)에 수많은 트로피를 거머쥔 오늘의 조국 한국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세계의 유명한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우수한 한국영화를 안 보신 분이라면 한 번 감상을 권유한다.


윤봉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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