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그래서 평화는 어디에 있습니까"
이창민 / LA연합감리교회 목사
남태평양의 탄나(Tanna)라는 조금만 섬나라에 사는 양봉업자, 춤꾼, 추장, 주술사, 통역사 등 다섯 명의 원주민이 영국을 방문한다. 이들의 첫 방문지는 가축 사육장이었다. 섬나라에서는 돼지를 가족처럼 대하는데 문명국가에서는 돼지를 사육장에 가둬놓고 키우는 것에 충격을 받는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영국인들을 보고 의아해하고, 부유한 사람들이 많은데 노숙인도 있는 세상을 이해하지 못한다.
문명국가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것들이 이들의 눈에는 신기하게 보였다. 애견 미용실도, 패스트푸드 음식점도, 쓰레기 분리수거도 이들에게는 낯선 풍경일 뿐이다. 유럽 상류층의 만찬에서 식사 예절도 배우면서 문명국가에 사는 이들의 모습을 엿본 이들은 영국을 떠나기 전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또, 이들이 미국을 방문했다. 몬태나주 목장에서 카우보이 생활도 해보고, 뉴욕에서 리무진을 타고 고층빌딩 숲도 누볐다. 중산층 가정의 초대를 받아 추수감사절 파티에도 가고, 대형마트에 가득 차 있는 상품들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지기도 했다. 이들이 미국을 떠나기 전 던진 질문이다. "도대체 평화는 어디 있습니까?"
그들이 평화가 어디 있냐고 묻는 까닭이 있었다. 원주민들이 살던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탄나도 싸움과 전쟁이 그치지 않던 곳이었다. 그곳에 파견된 톰이라는 미군 병사가 있었다. 근사한 제복을 입은 그를 원주민들은 톰 네이비(Tom Navy)라고 불렀다. 톰은 그들에게 화해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평화롭게 사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 후로 탄나는 싸움을 그치고 평화로운 나라가 되었다.
원주민들은 미국에 오면 자신들에게 평화를 가르쳐 준 톰을 만나 감사의 말을 전하려고 했다. 미국에 왔지만, 톰이라는 이름만으로 그들에게 평화를 가르쳐 준 그를 찾을 수 없었다. 원주민들이 물었던 질문이 새삼 마음을 찌른다. "도대체 평화는 어디 있습니까?"
라스베이거스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으로 놀란 마음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맨해튼에서 차량 돌진 테러가 났고, 또 텍사스의 조그만 교회에서 예배드리던 사람들을 향해 총을 발사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어떤 사람들은 총과 무기가 사라져야 평화가 찾아온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세상을 제압할 힘이 있어야 평화가 찾아온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평화는 총이 있다고 오는 것도 아니고, 없다고 오는 것도 아니다.
평화는 세상이 평화의 사람들로 가득 찰 때 찾아올 것이다. 세상을 평화의 사람으로 가득 채우는 가장 빠른 방법은 내가 평화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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