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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스포티파이와 표현의 자유

조원희 / 디지털부 기자
조원희 / 디지털부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8/06/11 미주판 13면 기사입력 2018/06/10 12:08

3년 전이었다. 기자가 '스포티파이(Spotify)'라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무료로 원하는 음악을 얼마든지 들을 수 있지만 중간에 광고를 들어야만 했다. 몇 달 동안 무료로 사용했지만 불편했다. 마침 첫 석 달 동안 3달러만 내는 프로모션이 있었다. 그리고 이후 3년 꼬박 매달 11달러씩 스포티파이에 내고 있다. 계속 사용한다기보다는 너무 편리해서 끊지 못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음악서비스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용자는 무려 1억 5000만 명.

전문가들이 만들어서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곡모음집 '플레이리스트'에서 스포티파이의 '위력'을 볼 수 있다. 잘나가는 플레이리스트는 영향력이 그 어떤 매체보다 크다. 가장 대표적 플레이리스트인 '랩캐비아'는 964만 명에 달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당연히 플레이리스트에 올라가는 순간 히트곡이 된다.

전에 없는 강력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스포티파이가 최근 이색적인 선언을 했다. 성폭력이나 폭행 등의 범죄를 저지른 음악가의 곡을 플레이리스트에서 빼버리겠다고 전했다. R&B의 거장이지만 최근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알켈리(R.Kelly)나 폭행 및 협박혐의로 수감된 바 있는 신예 래퍼 텐타시온(XXXTENTACION)의 노래는 플레이리스트에서 제외됐다.

물론 이들의 음악이 스포티파이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그들이 신곡을 발표할 때는 홍보가 매우 힘들 것이다. 일부에서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스포티파이는 이전에도 '혐오'나 '폭력'을 조장하는 음악에 대해서는 바로 삭제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노래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노래를 만든 가수의 행실에 문제를 제기한 경우는 유례없는 일이다. 이미 음악계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 스포티파이는 지난 1일 성명서를 통해서 알켈리에 대한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들은 "의도는 좋았지만 표현이 너무 애매했고 많은 혼란과 우려를 일으켰다.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파트너들과의 논의도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성명서는 '실행하는데 형평성의 문제가 있어서 임시철회하지만 앞으로 좀 더 분명한 방식으로 정책을 실행해 나갈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논쟁의 핵심은 케케묵은 줄만 알았던 바로 그 명제들이다. 과연 음악가의 인성이나 범법행위를 창작물에 결부시켜도 되는 것인가? 혐오를 이야기하는 예술작품에도 표현의 자유가 적용돼야 할까? 정답 없이 오랫동안 지속돼 온 논쟁이기에 누구도 섣불리 한쪽 편을 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사회가 점점 혐오를 허용하지 않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포티파이와 같은 과감한 조치가 내려지면 표현의 자유부터 형평성까지 여러 논란이 불거질 테지만 이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불가피한 진통과도 같은 것이다. 스포티파이와 함께 가장 많은 이용자를 거느린 음악 서비스 '판도라'와 '애플뮤직'도 이런 흐름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음악과 음악가를 둘러싼 논쟁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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