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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실업률 속 여전한 구직 행렬…열쇠는 '열정'

잡코리아USA 취업박람회 현장 르포
LA 영사관·코트라 후원
화상 면접 등 방식도 진화
중국계 등 타인종도 북적
30~50대도 일자리 노크

"우리 회사에 채용되면 어떤 일을 가장 해보고 싶나요?"

처음 받는 질문도 아닌데 마른 침부터 넘어간다. 북적대는 행사장에서 인사담당자에게 뭔가 잘 보여주기 어려웠다는 케이시 김(26)씨.

고등학생 때 유학을 선택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는데 1년의 시간을 보냈지만 아직 안착하지 못했다. 사상 최저의 실업률로 일자리 오픈은 많다고 하지만 구직자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원하는 직장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은가 보다.

19일 LA다운타운 JW매리엇호텔에서 '제7회 잡코리아USA 취업박람회'가 오전 10시에 오픈하면서 100여 명의 구직자가 기업들의 부스를 찾기 시작한다.



상기된 표정은 구직자나 기업 인사 담당자들이나 비슷하다. 기업들이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열리는 구직박람회에서 얻고자 하는 인력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찾기는 쉬운 것일까.

박람회에 처음으로 참가했다는 쿠팡의 윤희 구인 담당자는 '의욕있는' 청년들을 먼저 언급했다.

"요즘 기술과 능력을 가진 젊은이들은 많지만 자신의 일을 해내려는 욕심과 열정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주로 IT 분야 인력을 뽑지만 맘에 드는 청년을 만나기 쉽지 않아요.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싶어요."

'오작교'가 절실한 유학생들

이번 박람회에는 LA총영사관(총영사 김완중)과 코트라 LA무역관(관장 정외영)이 힘을 보탰다.

김 총영사는 행사장에서 "유학생들이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며 "그런데 현장 채용기업들은 유학생들의 장점을 잘 모르고 유학생들은 제대로 노크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 맹점이었다"고 지적했다.

총영사관은 한인기업들이 모이는 여러 단체들에 문의한 끝에 '한인호텔협회'(회장 토니 리)에 박람회 참여를 이끌어 냈다. 졸업후현장실습(OPT) 기회와 취업비자 스폰서에 노력해줄 것을 주문했고 협회는 이에 응했다.

토니 리 회장은 "국내 호텔 업계는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한인 호텔 700여 곳에 많은 인력이 필요한 상태이며 유학생들의 이중언어는 훌륭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트라 LA무역관은 뉴욕 사무실과 LA지역 구인기업들을 화상으로 연결했다.(작은 사진) 행사장 오른쪽 구석에는 검은 장막이 쳐졌고 안에서는 헤드폰을 낀 채용 담당자가 화면의 구직자와 긴 대화를 이어갔다. 53건의 인터뷰는 구직 청년들에게도 적잖은 용기를 줄 것이라는 것이 코트라 측의 기대다.

영사관 측은 조만간 유학생 그룹과 현지 한인기업 또는 지상사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어 못해도 기회 있을 듯"

박람회장의 청년들이 모두 한인일 것이라고 단정하면 안 된다. 중국, 인도출신 구직자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백인과 라티노들의 모습도 보인다.

중국어 구사자를 필요로 하는 한인은행에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았다는 한 중국인 여대생은 "한국기업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LA의 특성상 다문화, 다중언어의 장점을 살려보고 싶다"며 "하지만 생각보다 구인 규모나 시기가 잘 맞지 않아 답답한 측면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UC샌디에이고를 졸업하고 한인 학생들에게 소식을 듣고 겸사겸사 찾았다는 한 백인 학생은 "한류 열풍으로 한국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문화적인 호감과 직무 능력 사이에는 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 한인사회에도 큰 기업들이 적지 않은 만큼 기회를 잡아보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4~5건의 인터뷰에서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며 기뻐했다.

이날 박람회를 찾은 중국 커뮤니티 구직자들이 200~300여 명에 달했다는 것이 주최 측 추산이다.

박람회에 부스를 차린 중국계 광고에이전시인 '제로원 인터액티브'의 메이 리 구인 담당자는 "중국 커뮤니티에도 적잖은 구인행사가 열리고 있으며 그 중에는 한국어 구직자를 찾는 경우도 있다"며 "주류와는 달리 소수계 시장에서는 능력있는 구직자들에게 여전히 일자리가 열려있다"고 전했다.

"채용 계획 더 일관적이길"

페퍼다인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는 이모씨는 기자와 만나 한숨부터 쉬었다. 구직 활동 1년 동안 내내 원하는 기업에 이력서를 냈지만 성과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 봄 한국의 한 대기업에 원서를 넣고 2차 면접까지 끝나면서 사실상 채용을 확정받았다. 하지만, 여름이 지나면서 미주 지사망의 채용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5개월의 시간을 날렸던 셈이다.

"'약자의 설움' 이라는 말이 머리를 스치더라고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채용은 또 한 명의 '고객'과의 약속인데, 야속하더군요. 하지만 다시 시작해야죠."

30~50대도 '구직 노크'

점심 시간이 지나고 다시 행사장이 붐비기 시작한 오후 1시께.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 구직자와 만났다. 일하던 금융업계를 떠나 다른 직종을 물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당장 힘들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시작하니 홀가분하기도 하고 다시 젊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행사장에는 보험, 금융, 경찰 공무원, 정부 산하기관 등 20대가 아니어도 도전할 수 있는 직종의 부스가 적지 않았다.

직장을 구하는 50대 아내를 위해 행사장을 찾은 한 남성은 "구직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뉴욕라이프의 셀리 린 파트너는 "오히려 절박함과 간절함이 있는 40~50대 에이전트들이 더 나은 실적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번 취업박람회는 다양한 인종과 연령층이 참가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최인성 기자 choi.inseo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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