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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패션고'에 쏟아지는 우려

패션고(FashionGo.net)라는 의류도매사이트(B2B)가 있다. LA 자바시장의 1000개 가까운 한인의류업체가 가입해 있으며, 미국 내 의류 B2B마켓에서는 넘버원의 위치에 있다. 지난해 6월, 2위 경쟁업체인 LA쇼룸까지 인수하면서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인 의류업계에서는 '패션고가 LA 온라인 의류도매시장 볼륨의 96% 이상을 점유할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패션고 측에 따르면, 전세계 70개국으로부터 30만 명 이상의 바이어가 등록해 있으며 매월 600만 개 이상의 상품이 거래된다. '의류 B2B마켓의 아마존'인 셈이다.

시작은 미미했다. 오히려 지금은 인수합병된 LA쇼룸보다 한 해 늦은 2003년 설립됐다. 그런 패션고가 지금처럼 커진데는 검색 포털 네이버에서 분사한 한국의 게임기업 NHN엔터테인먼트가 관여하면서부터다. NHN엔터는 2014년 당시 미국에 진출해 있던 NHN엔터USA를 통해 패션고를 약 25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NHN엔터의 앞선 IT 기술 및 지원으로 패션고 사업에 날개가 달렸고 지난해 1월에는 NHN엔터USA와 패션고를 합쳐, NHN글로벌 법인을 출범시켰다. 패션고는 NHN글로벌의 다른 게임이나 웹튠 부문보다 훨씬 잘 나가는 사업부문이 됐다. 한국기업과 한인의류업체들이 하나가 돼 미국에서도 가장 잘 나가는 B2B 회사로 탄생했으니 자랑스러울 일이다.



그런데 패션고를 껴안고 글로벌 시장을 두드려야 할 기업에서 지난해부터 심상찮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하나로 묶인 비즈니스 모델 내부에서 '한국기업'과 '한인기업'간 대결구도가 그려지면서 자칫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패션고의 입점 벤더인 한인의류업체들은 '패션고가 한인 벤더들의 '고혈'을 짜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지난 24일 다운타운 패션디스트릭트에 있는 한인의류협회(KANA) 사무실에서는 패션고 성토가 있었다. 패션고가 '광고비를 지나치게 올려받는다'라는 등의 '갑질'을 비난하는 이야기들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강도가 좀 더 세졌다. 이날 문제를 삼은 내용은 이렇다. ▶패션고가 그동안 서비스해 오던 기업 업무 프로세스 소프트웨어 시스템(ERP)을 당장 1월 말에 갑작스럽게 중단하겠다는 통지를 했다는 것과 ▶패션고 번영에 초기 투자자와 다름없는 기업들에 없던 커미션(1%) 확대 적용이다.

모임 참석 인사들은 지난해 초에도 패션고 측이 카드결제시스템을 일방적으로 바꿨던 기억을 떠올리며 불만을 쏟아냈다. 그리고 이번에는 결코 카드사태 때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결의를 다졌다.

카드사태 때의 일? 그러고 보니 그때도 패션고를 비난하는 움직임이 크게 있었다. '집단대응'과 '보이콧(단체 이탈)'이라는 말도 나왔다. 당시나 지금이나 패션고의 요구사항이 법까지 운운할 일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어쨌거나 이후 카드사태는 흐지부지 됐다. 한인 벤더들은 패션고의 각개격파 전략을 당해내지 못했다. 입김이 센 업체들에 당근이 쥐어지면서 하나였던 목소리는 모래알처럼 흩어졌다.

패션고 한인 벤더들 중에는 벌써 '아무리 모여 외쳐도 달라질 것은 없다'는 자조섞인 말도 나온다. "패션고가 부당하다면 벌써 큰 업체를 중심으로 탈퇴하겠다는 말이 나왔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바시장에는 라스베이거스 의류박람회인 '매직쇼 문제'도 있다. 매직쇼 부스의 대다수를 채워주면서도 주최 측에 비용인하 요구조차 못하고 끌려다니는 현실에 공동대응으로 해결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문제도 좋은 조건을 제시받은 기업들의 이탈로 매년 그냥 넘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이번 패션고 문제에는 자바시장의 '큰손'들이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 조금 달라진 모습이라고 하니, 조금씩 양보해 상생의 기운이 찾아지길 바란다.


김문호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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